◎과거단절 새 정치판 짜기 나설듯/부작용 우려 인위적 물갈이 배제/여론 등 활용 양김퇴진 압박예상민자당의 강삼재 사무총장은 16일 정치권의 일대변화를 시사한 자신의 대전 발언에 대해 『원론적인 얘기』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의도적인 정치권사정을 통한 정치개편이나 물갈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강총장의 발언이 시사하는 바가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의 발언에는 노태우전대통령구속이후 여권핵심부의 정치권 변혁의지가 실렸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그동안 두차례나 청남대를 다녀오는등 장고를 거쳐 이미 향후 정국복안의 밑그림을 완성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강총장의 발언에 의미를 부여하는 요인이다.
아직까지 여권이 구상하고 있는 정치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여권이 노씨비자금 사건을 과거의 잘못된 정치관행 단절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되풀이 강조해 온 것을 감안하면 여권이 전혀 새로운 정치판을 구상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즉 DJ(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 JP(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퇴진을 통해 새로운 정치판을 짜겠다는 것이 여권의 희망사항이고 목표다.
강총장은 이를 위해 정치권차원에서의 제도개혁과 정치행태의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목표를 실현하는 방법이다. 여권은 일단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나 물갈이방식은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않고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정치권 사정을 통해 정계개편을 시도할 경우 표적 사정시비에 부딪칠 수 있고 자칫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권은 물리력에 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정치권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 핵심은 국민여론 활용이다. 즉 노씨 사건으로 촉발된 국민의 분노와 비난여론을 정치변화를 추진하는 에너지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우선 양김씨에 대해서는 구시대적 정치행태와 도덕성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함으로써 그들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는 여론을 확산시켜나간다는 복안이다. 최근 강총장이 DJ의 정치자금 수수의혹을 집중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정치권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정치인들에 대한 직접사법처리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해도 양김씨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여권은 또 과거의 잘못된 정치관행의 단절이라는 차원에서 기업과 정치인들간의 검은돈 거래를 철저히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노씨비자금수사과정에서 재벌들을 상대로 정치자금문제를 집중추궁한 것은 이같은 여권의 복안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비정상적인 정치자금 유입차단은 보스중심의 정치행태 기반을 허무는 것으로 새로운 정치관행정착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권은 정당운영과 조직 개혁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추진해간다는 방침이다. 풍족한 자금을 바탕으로 방만한 조직을 운영해 왔던 여당은 정치자금조달이 힘들어지면 살아남기 위해서도 군살을 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당조직을 대폭 축소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대대적인 손질은 총선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이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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