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내용」 넘어 추적수사 예고/기소때까지 은닉 재산 등 조사/대선자금 「뇌관」 규명여부 관심노태우 전 대통령의 축재비리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수사착수 28일만인 16일 노씨를 구속, 수감함으로써 수사를 일단락 지었다.
그러나 엄격하게 사법적 측면에서 보면 노씨의 구속은 수사상 필요에 의한 피의자 신병확보의 절차에 불과하다. 본격적인 수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검찰의 고위관계자도 『영장내용과 공소장 내용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해 노씨의 구속후 수사가 폭넓게 전개될 것임을 시사했다.
지금까지 수사는 노씨의 영장기재내용에서 보듯 노씨의 사법처리를 위한 최소한의 혐의사실 확인차원에 머무른 셈이다. 이날 발부된 노씨의 구속영장 내용은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검찰의 수사내용과 방향을 가늠하는데 있어 함축적이다.
영장내용에 의하면 노씨는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과 동아건설 최원석 회장 등 30개 기업체 대표들로부터 총 2천3백58억9천6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되어있다. 이는 노씨 스스로가 밝힌 5천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금액이다. 앞으로 수사에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영장에는 대우그룹 김회장이 제공한 자금의 액수와 방식, 자금제공의 의미등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다른 29개 기업에 대해서도 이러한 내용이 이미 파악돼 있거나 상당수준의 혐의를 포착한 상태임을 시사해준다.
이미 혐의일부가 확인된 부동산등 은닉재산은 영장에 포함돼 있지 않아 앞으로 기소단계까지 집중적으로 수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정치권의 태풍의 눈인 대선자금, 정치자금 문제도 불법자금의 조성, 관리, 사용처등 사건의 기본적인 구도를 그려내야 한다는 측면에서 어떤 형태로든 수사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이같은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검찰 수사는 노씨구속을 분기점으로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 같다. 더 이상 노씨 개인비리를 밝히는 차원의 「보강」수사는 노씨에게 도덕적 비난을 더하게 한다는 것이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 검찰은 향후수사에서 이전과는 다른 부담을 안게 됐다. 노씨의 구속은 악화할대로 악화한 국민여론에 힘입은바 컸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 앞으로의 수사는 엄청난 정치·사회적 파장을 몰고올 수 있는 민감한 사안들을 대상으로 하고있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수사는 비리의 발본을 목표로 적극적인 수사로 확대되느냐, 아니면 파장의 최소화를 위해 수습차원의 소극적 수사로 방향을 바꾸느냐하는 곤혹스러운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 검찰 스스로 검찰권 행사의 획기적 전기로 자평하고 있는 「전직대통령의 구속」은 수사방향과 결과에 따라 진정한 역사적 의미를 획득할지, 아니면 한낱 또다른 정치적 사건으로 격하될지를 결정짓게 된다.<정희경 기자>정희경>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