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 갇힌 전직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의 참담한 심정을 달랠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이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다짐, 전직대통령의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돌리자는 다짐만이 겨우 국민을 위로할 수 있을것이다.3공이래 삼십여년간 역대 대통령의 「통치자금」 조성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그 자금이 야당쪽에 흘러가기도 한다는것 역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었다. 대선 총선을 막론하고 많은 유권자들이 후보가 베푸는 크고작은 향응을 받아들인것 역시 사실이었다. 노태우씨의 비리가 용서받지 못할 수준인것은 분명하지만, 그 비리의 배경에는 수많은 잘못된 관행이 얽혀 있었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과거의 관행과 그 관행에 관련된 인물들을 어떻게 청산하느냐는 것이다. 전직대통령 구속만으로도 엄청난 진전이라는 주장은 전두환씨의 백담사 귀양과 그 이후를 지켜본 국민에게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면 각자 과거의 관행에 얽힌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역사의 교훈앞에 겸허하고 진실해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3당합당이라는 자신의 모태를 끊고, 전직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면서까지 정치풍토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는 높이 평가할만 하다. 노태우씨의 비자금을 밝혀낸 1등공신은 바로 그가 추진한 금융실명제였다는 주장도 옳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이번 개혁을 성공시키려 한다면, 자신의 과거에서 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여 극복하고, 개혁자체에만 전력투구해야 한다.
지금 국민이 크게 불안해하는 것은 대통령이 파워게임을 주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정치의 세대교체야말로 개혁의 하나라는 사명감을 느끼고 있고, 이번 사건을 그 사명감과 연결시키려는 조짐이 민자당 움직임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세대교체란 어떤 경우에도 국민이 투표로 결정할 문제이지, 대통령이 주장할 사항이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이번 사건에서 조금이라도 떳떳지 못한 태도를 취하거나, 부수적인 성과에 집착한다면 정치공작이라는 공격으로 개혁이 빛을 잃고, 이 비극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국민의 각오도 퇴색할 것이다. 김대통령은 전임대통령의 구속이라는 참담한 현실 앞에서 그 어느때보다도 순수한 애국심으로 개혁 그 자체에 전념해야 한다. 지금 많은 국민은 대통령이 이 사건 처리에서 파워게임에 휩쓸릴까봐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