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끝아닌 “회오리 전주곡” 예상/여야 치열한 주도권다툼 펼듯/YS·DJ 선택수순 최대변수노태우 전 대통령의 구속수감으로 전직대통령의 개인적 축재비리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노씨 구속은 또다른 하나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전직 국가최고권력자의 인신구속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사건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예고한다. 또 노씨 비자금의 정치권유입, 특히 대선자금 지원문제를 놓고 여야가 격렬하게 대립, 정치권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해있다.
아울러 검찰이 노씨 사법처리를 서두른 것은 여권핵심부의 장단기 정국관리 스케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꿔말해 이번 사건의 장기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동요를 조기 진정시킬 필요뿐만 아니라 이번 파문을 계기로 정국의 터닝포인트를 마련하겠다는 여권의 복안이 노씨 구속에 담겨 있다는 얘기이다. 이는 강삼재 민자총장이 15일 노씨 사법처리 이후 「정치권의 일대 변화」를 시사한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따라서 향후 정국에는 한층 불가측한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으며 특히 이 국면에서 정국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여야의 힘겨루기가 빚어낼 파열음도 어느 때보다 높은 것같다. 한마디로 노씨 구속은 파문의 끝이 아니라 더욱 복잡미묘한 정치권의 소용돌이를 예고하는 전주곡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여권핵심부의 의중, 곧 김영삼대통령이 과연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느냐는 문제이다. 현재까지의 관측으로는 김대통령이 노씨 처리만으로 사건을 종결시킬 것같지는 않다.
이와관련, 여권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이 한층 다양해지면서 원칙성을 좇게될 것』이라며 『대선자금문제를 포함, 정치권의 일대쇄신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절대 피해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어떤 의미에서 노씨 사건은 집권후반기를 맞아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국정전반을 장악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라며 『이달말로 예측되는 김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서 향후 국정운영의 이정표가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회의측의 입장은 좀 복잡하다. 여권의 시나리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김대중총재의 대권가도를 염두에 두고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회의는 대선자금을 공개하지 않는 김대통령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노씨 자금 20억원 수수사실을 시인한 김총재의 상처를 상쇄하지 못한다는데 고민이 있다. 또한 현정국의 「칼자루」를 여권이 쥐고있는 것이나 기성정치권에 대한 여론의 불신이 높아가는 것도 국민회의의 입지를 어렵게 하고있다. 따라서 정가 관측통들이 『국민회의가 대여 전면전의 기치아래 노씨와 맞닿아 있는 현정권의 뿌리와 실정을 공격하는 파상공세를 펼치면서 내년 총선에서 승부를 거는 장기전을 펼칠 것』으로 분석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따라서 비자금 정국은 노씨 구속으로 한고비를 넘겼지만 정작 정치권에 몰아닥칠 해일은 지금부터 밀려오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꿈틀거림은 모두가 변수일뿐 상수는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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