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한도막을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먹으라고 미루다가 그나마 아이들 차지가 돼버렸다는 내용의 「갈치 한도막에 담긴 부모님의 사랑」이란 독자 에세이가 한국일보 15일자 소리란에 실렸다. 농촌의 초라한 밥상 위에 어린 단란한 가정의 분위기가 손에 잡히는 듯하다. ◆거의 일년 열두달 서민의 밥상에 오르는 갈치는 한국 일본 타이완 부근에 주로 서식하는 경골어류다. 칼같은 모습 때문에 「칼치」라는 이름이 더욱 친숙한 생선이다. 식구가 많은 가정에선 전가족이 한도막씩 먹을 수 있을 만큼 여러 도막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생선보다도 사랑을 받았다. ◆저인망으로 잡기도 하나 맛은 아침 저녁 수면으로 떠오를 때 낚시로 잡은 갈치를 더 친다. 뼈가 연해 이빨이 좋은 사람은 가시나 뼈를 발라내지 않고 통째로 씹어 먹기도 한다. 표피를 덮고 있는 하얀 「구아닌」은 인조진주의 도료로 사용된다. ◆갈치는 무를 넣고 맵게 조림하듯 익혀 먹어도 맛이 있지만 역시 소금구이가 제맛이다. 표피가 약간 노란빛을 띠도록 알맞게 구운 갈치는 비린내를 죽이듯 입속에 도는 고소한 감칠 맛이 그만이다. 요즘엔 그나마 작은 것 한마리도 1만원선을 훌쩍 넘어서 서민들의 밥상에서 멀어지고 있다. ◆억단위 부정이 보편화됨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맨 서민들의 알뜰한 삶이 그 빛을 흐릴까 걱정이다. 5천억원을 챙겼다는 전대통령의 가정엔 아마 불안은 있었어도 「갈치 한도막」의 행복은 없었지 않았을까. 「갈치 한도막」 에세이는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준다. 신문의 소리란은 사회의 거울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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