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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는 모든걸 밝혀야 한다/김홍신 소설가(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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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는 모든걸 밝혀야 한다/김홍신 소설가(특별기고)

입력
199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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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삼년쯤 감소했다는게 요즘 백성들의 한탄이다. 작년 한해는 각종 사건·사고 때문에 천우신조로 목숨을 부지했고 올해는 겨우 연명하나 했더니 노태우씨의 검은돈 탓에 전국민이 심장질환자가 되었다는 것이다.광복 50년이 되었지만 우리 대통령은 단 한명도 명예롭게 물러나지 못하고 비극의 주연이었다는 사실앞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라의 최고정치인은 그 누구든 그렇게 될 거라는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노씨는 구속수사를 하는 게 원칙이다. 그의 구속사유를 설명하는 것은 구차하다. 더구나 노씨는 5·18학살 주모자로 이미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입장이며 기소유예중에 대범죄가 탄로났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운운할 때가 아니다.

노씨는 처량하게 눈물짓는 시늉이나 비틀거리는 흉내로 국민에게 한가닥의 동정심을 유발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런 행실조차도 쇼라고 생각할 만큼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이글거린다는 걸 명심했으면 한다.

이제는 낱낱이 진상을 밝히고 속죄의식에 남은 평생을 바치는 길밖에 달리 구원이 없다는 걸 바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고 한국인 모두를 좌절과 분노로 몰아넣은 죄와 한국인 모두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은 죄와 한국의 권위를 곤두박질치게 만든 죄악은 어떠한 통회로도 씻어낼 수 없음을 노씨 스스로 느꼈을 것이다.

적어도 세가지 사실만은 먼저 실토해야 한다. 노씨의 개인비리에 관해서 소상히 입을 열어야 한다. 본인이 밝힌 5천억원이 거짓액수라는 건 자명해졌다.

뇌물전액과 조성과정및 사용내역, 그리고 부동산과 친인척, 스위스은행과 외국에 빼돌린 모두를 가감없이 밝혀야 한다.

다음은 정치권으로 유입된 검은돈의 실체를 어느 누구에게 무슨 명목과 조건으로 얼마를 주었는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이른바 보험예치금으로 정치인들에게 쏟아부은 것을 밝히지 않는다면 처연하게 용서를 빈 것이 허구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셋째는 정치권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진 대선자금을 협상카드로 사용하려는 짓을 포기해야 한다. 과연 허물없는 정치인이 있을까마는, 김대중 국민회의총재가 20억원을 받았다고 실토할 지경에 김영삼 대통령이 단 한푼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상식있는 국민이 믿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김종필 자민련총재의 노코멘트 또한 국민우롱죄라는 걸 노씨의 입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이참에 정치지도자연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도대체 누가 덜 받고 누가 더 받아챙겼는지가 도덕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는지 묻고 싶다. 단돈 3천원 받은 경찰관을 해직시키는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무슨 염치로 변명과 뒷말과 침묵으로 자리보전을 하려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역사적 죄인이 되었지 않은가. 그렇다면 국민을 수치스럽게 만든 죄를 알고 조용히 귀향하는 용단으로 속죄의식을 행해야 한다. 그래서 경상 전라 충청이라는 지역분할의 역사적 죄까지도 이번 기회에 청산하길 바란다. 늘 입을 열어 말했듯 국민과 국가를 위해 진정으로 해야할 일은 자명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국정최고책임자를 당장 물러나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 그렇다면 김대통령은 이원조씨등 의혹인물에 대한 수사의지를 보이고 수서비리에서 밝힐 수 있던 부분을 눌러덮은 내막과 측근이 터뜨렸던 4천억원비자금설을 유야무야한 사정도 이번 기회에 고백해야 마땅하다.

또한 내손으로 직접 받지않고 측근을 통해 받았다든지 어떤 조건으로 받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밝히고 국민에게 뜨겁게 사죄하는 절차를 생략해선 안된다.

이대로는 안된다. 남은 대통령 임기동안에 어떤 방식으로 정치개혁을 할 것이며 허덕이는 경제를 성장시킬 것이며 검은돈을 완벽하게 차단할 것인가에 대해 국민적 공감을 얻는 건강한 변화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5·18특별법을 제정하여 반드시 학살자들을 징벌하는 용단을 촉구한다.

그 길만이 불행한 전직대통령에서 벗어나는 방법임을 알아야 한다.

전직대통령을 감옥에 두고 살아야만 하는 수치스러운 현실은 분명 우리에게 통한의 역사이지만, 더 나은 미래의 자랑스러운 역사만들기에 전환점이 된다면 마냥 부끄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정돈하자. 그리고 정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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