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을 규명함에 있어서 어느 재벌로부터 어떤 명목으로 각기 얼마의 돈을 거두었는가도 중요하지만 부정한 돈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썼는가 하는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검찰이 비자금중 정치권으로 유입된 부분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한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본의건 아니건 돈을 준 40여명의 재벌들이 줄줄이 소환된 만큼 이 돈 가운데 일부 또는 상당부분을 지원받은 정치인이 있다면 조사받아야 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더욱 주목되는 것은 검찰이 노전대통령으로부터의 돈은 물론 기업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들 역시 수사할 것이라는 대목이다. 이는 곧 정치권에 대한 사정선언으로서 정치지도자들의 도덕성과 진실성 그리고 오염여부와 직결되는 것이어서 정치권이 대대적인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정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일부 정치인들의 부패행태를 뿌리뽑아 정치풍토쇄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야를 막론한 검찰의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결과가 기대된다.
앞서 노전대통령은 재임중 5천억원의 통치자금을 조성, 3천3백여억원을 정당운영등 정치활동비외에 그늘진 곳 지원과 국가유공자 격려에 썼다고 했는데 이중 정치쪽에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이 틀림없다. 정치활동관계는 우선 민정당과 민자당총재 당시 지급한 정당운영비와 소속의원등 지구당위원장등에 대한 지원비, 13·14대 총선거와 91년 기초·광역지방의원선거 지원비가 포함될 것이며 92년 대선자금의 경우 과연 누구에게 얼마를 지원했는가가 문제다.
이번 사정선언에 정치권이 크게 긴장하고 있는 것은 1980년말 정치자금법이 제정된 이후 어떤 성격의 정치자금 수수에 대해서도 정치권고유의 관행이라며 불법도 묵인해 왔던 검찰이 처음으로 법정이외의 정치자금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일부 정치인들의 부정한 돈모으기로 냄새가 나고 속으로 부패한 정치권의 개혁과 체질개선은 그여부가 검찰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비자금과 관련된 모든 정치인·지도자들의 위법사실을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로 낱낱이 파해쳐 국민에게 밝힌 후 의법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습성대로 여야의 정치적 흥정이나 정치적 해법에 밀려 소리만 내고 흐지부지하고 말 것인지는 검찰의 의지에 달려 있다.
검찰은 비자금·통치자금의 관행을 뿌리뽑고 정치개혁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엄정수사로 명예와 위신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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