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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이민3세 고대 아이스하키 선수 빅토르 리(신세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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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이민3세 고대 아이스하키 선수 빅토르 리(신세대와의 만남)

입력
199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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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이스키의 설움 조국의 빙판서 풀고파”/국적문제 걸려 선수생활중단… 귀화 “실낱희망”카레이스키 3세인 빅토르 리(26·고려대3·한국명 이용민)가 국내 얼음판에 펼쳐보이려던 꿈이 얼어붙을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12월 할아버지의 나라에 첫발을 디딘 그는 우여곡절끝에 고려대에 편입한뒤 7월초 종별선수권대회에서 3골·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스타로 떠올랐고 지난달 KBS배대회서는 8골·4어시스트라는 뛰어난 플레이로 고려대를 일약 대학최강으로 부상시켰다.

비스듬히 스틱을 잡아 어설퍼보여도 빈틈이 보이면 쏜살같이 달려들어 퍽을 낚아채는 순발력과 서너겹의 수비벽정도는 가볍게 제치는 돌파력등 그는 세계수준에 비해 뒤떨어진 국내 얼음판에서 선진 아이스하키의 진수를 맘껏 펼쳐보였다.

『일제시대 사할린에 징용왔던 할아버지의 꿈은 저만이라도 조국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93년 자코파네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아이스하키의 최강국 러시아팀의 센터포워드였던 그는 석탑건설의 초청으로 부푼 꿈을 안고 국내에 들어왔다.

모스크바 교외 엘렉트코스탈리에 있는 동갑내기 부인 옥사나와 갓난아들, 거동조차 불편한 할머니(81)와 홀어머니(59)를 생각하며 하루빨리 정착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나 조국은 그가 태어난 시베리아의 매서운 바람만큼이나 차가웠다. 당장 뛰어들어 휘젓고 싶었던 한국의 얼음판은 「외국인은 실업팀에서 뛸 수 없다」는 조항을 내세우며 국적이 러시아인 그를 반겨주지않았다.

빼어난 실력이 유죄였다. 국내팀들은 판도변화가 일어날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의 플레이에 주눅이 든 다른 팀들은 계속 국적문제를 제기했고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결정에 따라 지난 12일 목동 아이스링크서 벌어진 연세대와의 경기를 끝으로 그는 빙판을 떠나야했다. 또다시 「조국무정」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아빠를 알아보는 세살배기 마르크를 생각해서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것도 할아버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조국땅에서』

그는 이제 큰 결단을 준비중에 있다. 절차가 쉽지는 않지만 조국에 귀화해 이용민이란 이름으로 떳떳하게 제2의 새삶을 살아갈 계획이다.<이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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