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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들이 흘린 「서초호텔」 방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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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들이 흘린 「서초호텔」 방문 후기

입력
1995.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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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전대통령은 같이 일 못할 사람”/“최고 통치자인지 사채업자인지…”/“거짓말보다 진실 말하기 힘들어”/“깐깐하고 다부지게 조사하데요”/“이번일 확실히 처리해야” 격려도/“눈총받기 쉽다… 무언이 상책” 함구검찰소환조사를 마친 재벌총수들의 반응이 각양각색이다. 대부분의 총수 측근들은 한결같이 검찰출두를 「서초호텔 방문」이라 표현하며 『어른이 두번 다시 가서는 안될 곳이라는 얘기를 자주 되뇌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호텔」방문기가 재계의 화제다.

화제의 압권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신발언이다. 정명예회장은 비자금제공사실을 숨김없이 털어놓은뒤 『더 물어 볼게 없느냐』고 반문, 담당검사가 오히려 당황했다는 것이다. 정명예회장은 또 『이번 일을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격려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예회장은 특히 뇌물수수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탓인지 『이 돈이 떡값인지, 뇌물인지, 정치자금인지는 나도 모른다. 달라고 해서 준 것뿐이다. 뇌물인지는 받은 사람이 잘 알테니 물어봐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C모회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검사들의 신문태도가 부드러웠다. 사실대로 모두 말했더니 휴게실에서 쉬라고 하더라』고 측근들에게 자랑했다.

노전대통령을 증오하는 발언도 적지 않다. 정태수 한보회장은 『노전대통령과 같이 하는 일이라면 대통령상 받는 일도 싫다』고 그룹관계자들에게 얘기했다. J모회장도 『노전대통령이 너무 지독하게 돈을 모았다. 최고통치자인지 장사꾼인지 사채업자인지…』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건희 삼성회장과 김우중 대우회장은 대표적인 침묵파다. 이회장은 검찰소환조사를 마치고 9일새벽 귀가한후 검찰조사에 관한 얘기를 지금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비서실의 한 간부는 『항간에 이러쿵 저러쿵 많은 말들이 흘러다니고 있으나 이회장 입을 통해 나온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해외출장후 곧바로 검찰에 출두, 28시간동안 조사를 받았으나 검찰청에서 사무실로 직행하여 전화로 폴란드 자동차회사 인수문제를 점검한뒤 귀가했다. 김회장은 14일 아침 일찍 출근했지만 『검찰의 검자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김선홍 기아회장은 소환대상자 가운데 유일하게 전문경영인출신으로 비오너여서 남다른 감회가 있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같은 시선이 부담스러운듯 일부러 소감피력을 자제하고 있다. 김회장의 한 측근은 『어떤 말을 하든지 눈총을 받기 쉽다』며 『무언이 상책 아니냐』고 말했다.

『진실을 말하기가 거짓말하기보다 더 힘들다』(김승연 한화회장), 『깐깐하게 물어 보데. 꽤 다부지게 조사하던데요』(임창욱 미원회장)등 검찰청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던진 말도 「뼈」가 있어 보인다.<이백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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