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맺힌말 많지만 거의 삼가서석재 전총무처장관의 요즘 심경은 어떨까. 전직대통령 비자금문제를 처음 거론했던 서전장관은 날로 확대되는 노태우씨 축재비리사건을 보면서도 거의 말을 삼가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할말이 없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지난 8월초 비자금 발언파문으로 그는 장관직을 내놓으며 자신의 정치이력서에 또한번의 「불운」을 더했다. 이 설화로 그가 감내해야 했던 정치적 비애와 마음 고생이 엄청났던 것을 떠올리면 그가 입을 열지 않는 이유도 짐작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7일 부산사하갑 지구당 창당대회에서 이번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파문을 「예견」하는 발언을 했다. 93년 1월 의원직을 상실한 그가 정치무대에 공식복귀한 이날 대회에서 그는 『여러분이 듣고 싶은 말도 많을 것이고 저 역시 하고 싶은 말이 많다』면서 『그러나 역사가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비자금의혹이 제기되기 불과 10여일전이었다.
서전장관은 최근 일주일의 절반 가량을 지역구에서 보낸다. 말 그대로 표밭갈이에 열중하고 있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비자금파문에 대해선 일체 언급을 피한다.
하지만 최근 부산지역 위원장 모임등에서 서전장관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지난 8월에 수사를 시작했어야 했다』는 말을 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가슴에 맺힌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측근들도 이번 사건의 파장이 워낙 엄청나 말을 아끼지만 일단 소극의 주인공처럼 돼버렸던 서전장관의 명예가 상당부분 회복됐다고 여기는 듯하다. 『역시 서전장관 얘기가 맞았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도 적지 않자 크게 고무된 분위기이다.
이와 관련, 서전장관은 최근 측근들에게 『역사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은 고쳐야 한다』고 비자금파문에 대한 소회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치권이 한꺼번에 매도되는 상황을 안타깝게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정광철 기자>정광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