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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할머니 탁아방(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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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할머니 탁아방(장명수 칼럼)

입력
1995.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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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신을 「효할머니」라고 부르는 멋쟁이 할머니들을 가끔 만나게 된다. 효자나 효부처럼 할머니앞에 효를 붙인 것인데, 아랫사람에게 효가 웬말이냐고 혀를 차는 사람도 있겠지만, 손자사랑이 오죽 달콤하면 스스로 효할머니가 되려할까 미소를 머금게 된다.많은 가족관계 중에서 가장 순수하고 인간적인 관계는 조부모와 손자손녀의 관계일 것이다. 손자손녀는 직접적인 양육의 책임이 없는 데다가 인생을 좀더 여유있게 바라보는 나이에 얻은 어린 생명이므로 그 사랑이 유별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녀를 키울 때보다 손자들이 훨씬 사랑스럽다고 말하고, 손자자랑을 할 때마다 돈을 걷는 모임이 있을만큼 자랑을 참지 못한다.

50대 중반정도로 손자를 한두명 둔 효할머니들은 손자들과 유익한 시간을 보내려고 열심히 이것저것 익힌다. 종이로 바지저고리·배·학 등을 접어 보고, 실뜨기와 공기놀이도 해본다. 그런 놀이들은 할머니 세대가 어렸을 때 하던 놀이인데, 하도 오랜만에 하려니까 잊어버려서 새로 배웠다는 사람도 있다. 친구들을 만났을 때 핸드백에서 색종이를 꺼내들고 『배를 접으려니까 잘 안되던데 어떻게 접지?』 라고 묻는 효할머니들을 가끔 볼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은 할머니가 그런 놀이를 함께 해주면 몹시 좋아하고, 복잡한 실뜨기를 해보였더니 『와, 우리할머니 머리 되게 좋다』고 감탄까지 했다고 한다. 그 할머니는 몹시 신이 나서 더 복잡한 실뜨기를 배워 손자에게 가르쳤다고 말했다. 고무줄 뛰기를 같이하면서 묘기를 보이고 싶은데, 골다공증에 걸린 다리가 걱정스러워 참았다는 사람도 있다.

전에도 이 칼럼에서 소개한 적이 있지만, 효할머니들은 넘치는 손자사랑으로 아예 탁아방을 운영해 보는 것이 어떨까. 자기집이나 자녀들의 집중 편리한 곳에 탁아방을 차려서 하루 몇시간씩 손자들을 돌봐주면 딸과 며느리들이 사회활동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딸과 며느리는 일정액의 탁아비를 지불하여 할머니의 일을 직업으로 인정해야 한다.

할머니들 몇분이 힘을 모으거나, 유아교사등 돕는이를 고용하여 좀더 전문화한다면, 손자들뿐 아니라 이웃 아기들도 돌볼 수 있을 것이다. 옛날 할머니들처럼 온시간을 바쳐서 손자들을 키워주려는 할머니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절충형으로 탁아방을 고려해볼만 하다. 효할머니들은 가끔 손자들을 돌보면서 끓어오르는 사랑을 과시할게 아니라 그 사랑을 조직적·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해볼만 하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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