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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곡의 세계(음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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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곡의 세계(음악노트)

입력
1995.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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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서 낭만주의는 전시대인 고전시대의 형식주의를 크게 벗어났다. 작곡가들이 화려한 궁중이나 귀족의 우아한 살롱에서 탈출했기 때문이다. 시민정신이 싹트고 개인의 자유사상이 발화되자 마치 물을 만난 고기처럼 창작의 소재가 넓어졌다. 뮐러 괴테 하이네등 대문호들의 명작시는 작곡가의 창작영감을 자극했고 슈베르트는 주옥같은 명가곡을 쏟아냈다.특히 환상곡(Fantasia)이라는 악곡은 많은 작곡가들을 유혹했다. 판타지아라는 제목은 16∼17세기 기악곡의 명칭으로 쓰였지만 낭만시대에 와서 활짝 꽃을 피웠다. 때문에 판타지아라는 말은 포괄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 즉흥연주기교에 의한 악곡을 가리키는 뜻으로 바흐의 반음계적 환상곡이나 모차르트 베토벤의 피아노용 환상곡을 들 수 있다.

가장 보편적인 뜻의 판타지아는 몽환적이고 몽상적인 분위기를 나타낼 때이다. 슈베르트의 방랑자환상곡과 슈만의 환상소곡집을 떠올릴 수 있다. 슈만의 피아노음악은 문학과 결합되어 높은 시정(시정)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작품 「환상곡 C장조」는 클라라와의 사랑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쓰여진 것으로 웅변적 열정과 별빛 아래서의 무한한 신비감을 느끼게 한다. 쇼팽은 4곡의 즉흥곡을 남겼는데 마지막 4번이 유명한 「환상즉흥곡」이다. 교향곡에서는 베를리오즈가 「환상교향곡」을 탄생시켰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5개의 악장구성과 제2악장에 왈츠를 써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셰익스피어극의 여배우 스미드슨을 짝사랑한 사건이 이 작품을 탄생시키게 된 것이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1번은 겨울날의 환상이고, 도플러의 헝가리 전원환상곡은 플루트의 명곡이다. 리스트의 헝가리환상곡, 영국작곡가 본 윌리엄스의 「푸른 옷소매에 의한 환상곡」도 늘 접할 수 있는 명곡이다. 아울러 베토벤의 코랄 판타지, 안익태의 코리아 판타지도 합창과 관현악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음의 세계가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우리 영혼 속에 환상을 유추해 내는 창조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암울한 세태에 엉터리 역술가들이 사람들을 현혹하는데 역시 보이지 않는 환상을 이용한다.

그러나 예술적 환상은 현실을 초극하는 승화된 에너지이다. 현실이 고통스러울 때 누구든지 현실보다 아름다운 세계가 있음을 믿는다. 그 곳으로 인도하는 상상의 나룻배가 환상곡이 아닐까. 그러나 세속의 탐욕과 육감적인 쾌락에 젖어 있는 영혼은 결코 보지도 듣지도 함께 할 수도 없는 세계이다.<탁계석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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