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2조5,000억… 세계서 가장 많이번/“매출·순익 사상최대 기록… 국가적 자랑”/22년간 피나는 노력 결실 “운좋아 성공한것 아니다”/반도체경기 나빠질 이유없어… 매출액1% 사회환원지난해 삼성전자가 1조원가까운 순익을 기록하자 재계에서는 김광호 삼성전자 부회장을 『한국에서 가장 많이 돈을 버는 사람』으로 불렀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김부회장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돈을 버는 사람』으로 고쳐불러야 할지 모른다.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매출은 무려 16조2,000억원에 이르고 연간순익은 2조5,000억원을 초과할 전망이다. 연간순익 2조5,000억원을 올리는 단일기업은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다. 김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이런 성공이 『결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또 운이 좋아서만도 아니다』고 말했다. 성공의 바탕에는 지난74년 삼성이 반도체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한후 끊임없이 계속해온 인적, 물적투자와 필요할 때 필요한 결정을 내린 과감한 경영판단력,첨단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연한 사고와 대응이 깔려있다고 김부회장은 강조했다. 그의 경영철학과 앞으로의 투자전략등을 들어본다.<대담=정숭호 경제2부장>대담=정숭호>
―삼성전자는 매출 순익 수출등 전 분야에 걸쳐 신기록 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올해 경영성과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매출과 순익규모가 상상외로 커져 사상 초유의 기록이 세워질 것 같습니다. 매출은 당초 예상(13조5,000억원)보다 20%정도 늘어나고 세후 순익도 2조5,000억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순익규모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대)기록이며 국가적인 자랑이 될 것입니다. 항간에서는 삼성전자의 초고속 성장이 마치 복권에 당첨된 양 운수가 좋아서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 성과는 74년 반도체사업에 뛰어든 이후 22년간 막대한 재원과 인적자원을 투자하며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입니다. 한때는 삼성이 반도체 때문에 망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반도체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습니다』
―최근 국내외에서 반도체산업이 퇴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면서 반도체관련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도 빚어졌습니다. 향후 반도체산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반도체 퇴조론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2000년까지는 반도체 경기가 지금보다 나빠질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당초 2000년 2,000억달러로 예상됐던 세계 반도체 시장이 최근에는 97년 2,000억달러, 2000년 2,500억∼3,500억달러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윈도 95의 등장으로 PC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반도체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내년도 세계 PC시장은 1억대에 달할 전망입니다』
―최근 타이완에서 반도체산업에 엄청난 투자를 단행하면서 멀지않아 공급초과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만.
『타이완은 최근 미국에서 6,000여명의 기술자를 받아들이는등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지만 반도체산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적어도 5∼6년은 소요될 것입니다. 반도체 설비를 한꺼번에 돌리다 보니 전력공급에도 차질이 생기는등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실리콘 웨이퍼 자체가 부족한데다 기술자등 여러가지 여건상 연간 반도체 설비증설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급초과현상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영국 윈야드에 전자복합단지를 준공하는등 생산기지 해외거점화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1세기 해외진출의 청사진을 밝혀 주십시오.
『유럽에서는 영국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지역에서는 멕시코 티후아나를 생산기지로 집중 육성할 방침입니다. 이밖에도 말레이시아와 중국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등에 대대적인 투자를 계속해 나갈 방침입니다. 영국 윈야드 전자단지의 경우 시간당 인건비가 6달러50센트로 우리나라(10달러)보다 훨씬 쌉니다. 그러나 단순히 임금수준이 낮다고 해서 해외로 나가는 것은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만 각지역의 경제블록화에 대비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는 것입니다』
―지방차지시대를 맞아 삼성전자의 지역분산 투자계획을 밝혀 주십시오.
『지자제로 기업들은 큰 시련을 당할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광주를 백색가전기지로 육성키로 했고 온양 천안 구미등에 대한 투자계획을 추진중입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얼마나 더 요구할지 걱정스러운게 사실입니다. 각지방이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뛰는 것은 좋지만 사방에서 기업에 투자를 요청하면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최근 외지에서는 김부회장을 「마법의 손을 가진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성공비결은 무엇입니까.
『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예측입니다. 항상 최악의 상태를 가정한 대비책이 있어야 하며, 앞으로 시장을 주도해 나갈 기술에 대한 판단력을 지녀야 합니다. 엔지니어로 커온 저는 기술발전의 흐름을 남보다 먼저 읽어내는데 소질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기술이 유망한지 판단을 내리고 선행투자에 나서는게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면서도 항상 앞을 밝게 보는 것이 저의 특성입니다. 비관적으로 생각한다고 경영에 도움될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삼성전자가 원하는 인재상을 밝혀 주십시오.
『21세기 정보화시대의 주역이 될만한 인재, 즉 창의적이고 지적이며 도덕적인 사람을 원합니다. 삼성은 최근 「스마트 & 소프트」를 새로운 기업문화로 선포했는데 기업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줄 알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바로 새 문화를 이끌어갈 인재입니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이 세계 최고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특히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정부는 기업이 세계무대에서 적극적으로 뛸 수 있도록 격려해 줘야 합니다. 특히 정책을 입안하기 전까지는 각 기업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언로를 터야 합니다. 물론 기업들도 한번 정책이 결정된 다음에는 군소리 없이 따라야겠지요. 기업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느니 말이 많지만 저는 미래지향적인 관리들을 만나서 희망을 얻은 적도 많습니다』
―반도체에 이어 전자업계의 성장을 주도할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어떤 산업을 생각하십니까.
『21세기 정보화사회를 앞두고 제품과 기술의 복합화에 힘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모든 기기를 컴퓨터화 네트워크화해 가장 싸고 빠르게 공급하는게 우리의 전략입니다. 물론 현재 D램뿐만 아니라 메모리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원가경쟁력을 갖춰 나가는등 적극적인 투자를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약한 것을 강하게 만들기보다 강한것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게 삼성의 전략입니다』
―올해 순익이 엄청난 만큼 이익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관심도 많습니다. 이익의 사회환원을 위해 새로운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매출액의 1%를 사회에 환원하는 「작은 나눔 큰 사랑」운동을 내년에도 계속할 방침입니다. 특히 사회봉사단의 활동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다만 각종 일과성 행사에 대한 지원이나 가전제품 가격인하등은 지양하고 국가에 도움이 되는 사업에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정리=남대희 기자>정리=남대희>
□김광호 부회장 약력
▲40년 서울출생
▲서울고, 한양대전자공학과 졸업
▲64년 동양방송입사
▲69년 삼성전자 전입
▲79년 삼성전자반도체사업부 이사
▲82년 동탑산업훈장 수상
▲84년 반도체사업본부장
▲90년 반도체부문 대표이사 사장
▲91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초대회장
▲91년 금탑산업훈장수상
▲92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94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 장겸 삼성전자 전자소그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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