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는 원죄를 안고있다. 그 누구도 과거 정치자금의 멍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정치인이 선거법 규정을 넘어서는 선거자금을 썼고 정치자금법의 한계를 지키지 않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굳이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전국구 자리를 놓고 입도선매가 이루어졌고 실세들이 거액의 정치자금을 만졌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심지어 여야가 격렬하게 대립하는 와중에도 떡값이나 인사라는 명목으로 돈이 오가기도 했다. 과거에는 이런 행태가 정치현실이자 정치적 융통성으로 받아들여졌고 이를 적절히 잘해야 정치력있는 정치인으로 부각될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 깨끗한 정치를 요구하는 시대사조 속에서는 음성적인 정치자금은 더이상 정치력으로도, 융통성으로도 미화되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문제는 과거 정치자금의 원죄를 안고있는 기성정치인들이 새로운 정치를 어떻게 열어가느냐이다. 「털어서 먼지 안날 사람이 없다」는 세속적인 말도 있듯이 단죄해야할 사람과 단죄받을 사람의 구분이 쉽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정치개혁은 자기반성, 참회로부터 출발해야한다. 뼈를 깎는 아픔없이 수십년간 누적된 정치자금의 구태가 씻어질 수는 없다. 스스로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 무자비한 단죄는 결코 국민을 감동시킬 수도, 이해시킬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야가 주고받는 공방전은 「너만 죽어라」는 식이다. 이런 설, 저런 설을 내놓으며 대통령을 매도하고 야당총재를 물러나라고 외치는게 지금의 정치판이다. 시정에서도 감히 꺼리는 막말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해의 고통도, 참회의 눈물도, 쇄신의 결의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오로지 죽느냐, 죽이느냐는 추악한 정쟁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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