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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서 정도로” 자기혁신 모색/노씨 축재비리수사­재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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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서 정도로” 자기혁신 모색/노씨 축재비리수사­재계의 변화

입력
1995.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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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 낮은 포복 일관 자세 탈피계기/대화채널 일원화·실력경쟁 주력할듯재벌총수에 대한 연쇄적인 소환조사로 비자금파문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재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자기혁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정치권과의 내연의 관계를 끊는 것은 물론 정부에 대한 자세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다. 「정경유착」과 「밀실의 로비」로 기업을 살찌우는 대신 실력을 통한 홀로서기에 주력해야 한다는게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미 지난 3일 전경련을 통해 이루어진 재벌총수들의 자정선언과 주요그룹 기조실장회의 추진등은 이같은 움직임을 반영하고 있다.

당장은 「낮은 포복」과 로비로 일관했던 기업들의 대정부자세부터 바뀔 전망이다. D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비자금파문으로 재계가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많다』며 『총수가 검찰에 불려가는 치명적 타격을 입긴 했지만 「정도경영」을 정착시키는 계기라는 점에서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덩치 큰 정부수주사업의 경우 평가에서 이기고 결정에서 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면서 『이제부터 원점에서 정정당당한 실력대결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재계는 또 고위공무원출신 인사를 영입해 로비의 매개자로 활용하거나 정부측에 대한 인맥을 동원해 은밀하게 접근하던 과거의 관행들이 사라지는 대신 정부를 보다 공개적이고 적극적인 의견개진의 상대로 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개별기업의 은밀한 로비가 사라지는 대신 대정부 대화채널을 전경련등 경제단체로 일원화할 가능성이 크다. S그룹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재벌정책의 강화등 정부측의 자세도 강경노선으로 선회할 것』이라며 『 개별기업들은 단체행동을 통해 재계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에 대한 행동양식이 바뀜에 따라 경영의 무게중심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H그룹 한 관계자는 『정부는 향후 정책입안과정에서 공청회등 공개된 장을 통해 기업의 입장과 애로를 듣게 되지 않겠느냐』며 『이에 따라 경제연구소등을 통한 정보수집과 경영예측기능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로비나 비자금조성으로 중시되던 관리나 경리담당임원들을 대신해 영업이나 정보담당들이 경영의 전면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로비의 시대」에서 「정보와 실력의 시대」로 바뀜에 따라 권력이동과 적절한 인력배치가 뒤따를 것이라는 얘기다.

재계는 그러나 기본적인 대정부관계의 변화는 정치권과 관료들의 발상과 자세의 전환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태에서도 정치권과 관료들의 반성과 자기혁신은 도외시한 채 국가경제발전의 주역인 재계만 궁지에 몰아넣은데 대해 불만이 팽배한게 사실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벌의 체질변화노력이 좌절하지 않으려면 정부측의 자세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재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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