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유탄 맞을까” 우려 고조/“만신창이 정치권 큰 타격” 걱정/일부 “아예 환부 도려내야” 목청노태우 전 대통령 축재비리사건이 정치권 사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자 정치권에는 찬바람이 불고있다. 이번 사건처리에 대한 여권핵심부의 의중이 강경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은 노씨 사건이 점차 여야간의 첨예한 공방으로 확산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듯하다. 서로에게 흙탕물을 튀기는 혼전이 계속되다보면 「유탄」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방향이 은행이나 국영기업체로 확대될 것이라는 소식도 정치권에는 불길한 조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정치권이 느끼는 긴장감의 정도는 여야 또는 정파에 따라 다르다. 의원 개개인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일부의원들은 『이번 기회에 정치권의 환부를 도려내야한다』고 강경론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의원들은 『노씨 사건으로 이미 정치권이 만신창이가 됐는데 여기에 정치인들의 자금문제까지 겹치면 회복불능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여야 정당중 이 부분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쪽은 역시 민자당이다. 표면적으로는 『이번 기회를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속사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정치권 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가장 큰 피해는 역시 여권에 돌아올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민자당의원들의 우려는 크게 보아 두갈래 방향이다. 우선 사정의 1차적 표적은 여권인사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의원들이 더욱 걱정하는 부분은 여권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심화현상이다. 한 중진의원은 『노씨 사건은 권력형 비리이고 이는 곧바로 여권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설사 야당의 비리가 드러난다 해도 일반국민은 『야당이 이 정도인데 여당은 얼마나 많겠는가』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여당의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민자당내에서는 검찰수사 확대움직임에 대해 『이제 정치권의 문제는 정치권에서 풀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있다. 이와관련, 민정계의 한 의원은 『검찰이 아무리 엄정하게 수사한다해도 국민의 의혹을 모두 풀 수는 없다』면서 『정치적 해결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회의의 신경은 온통 여권의 김대중총재 공격의도에 쏠려있다. 정치권 사정설도 김총재 흠집내기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고있다. 마치 김총재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소문을 흘림으로써 김총재의 이미지 실추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일부 재력가 의원들은 과연 정치권 사정이 본격화할 것인지에 은근히 신경을 쓰는 눈치이다. 이들은 전반적인 사정이 진행될 경우 야권의 제1표적은 국민회의가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대체로 관망하는 분위기이다. 정가에 한때 유포된 괴문서에 일부 소속의원들이 포함돼있는 자민련으로서는 자칫 잘못 대응하다가는 공연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인 듯하다. 다만 당내일각에서는 정치권 사정이 야당의 두 김씨를 겨냥한 것이라면 국민회의와 공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다른 당과 약간 다른 입장이다. 정치자금등에 대해 비교적 자신감을 갖고있는 민주당은 여야 모두를 향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있다. 특히 김대중총재에 대한 집중공격으로 「민자당 2중대」비난을 받았기 때문인지 『먼저 여당의 대선자금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정광철 기자>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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