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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 마구 뚫어 산림이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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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 마구 뚫어 산림이 멍든다

입력
1995.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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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림 훼손에 동물이동 방해로 생태계 파괴/부실시공으로 유실·붕괴 잦아 산사태초래도산림청이 산림의 효율적인 개발과 보존을 위해 개설하는 산간도로인 임도가 마구잡이로 건설돼 천연림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일부 임도는 부실시공으로 산사태 등 피해도 초래하고 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등촌리에서 회남재를 넘어 청암면 묵계리로 가는 6.78㎞의 임도는 91년 개설됐다. 이 구간은 곧 지방도로로 승격될 예정이어서 회남재―청학동의 5.7㎞구간과 청학동―쌍계사의 15구간이 포장되면 이 일대는 몇년안에 회남재를 기점으로 칠불사·쌍계사·청학동과 소설 「토지」의 무대인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가 연결돼 산림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또 경북의 영풍―마락, 영덕―조금 구간등 9개구간 67.95㎞의 임도도 일부구간이 포장돼 차량통행이 늘어나면서 산림훼손을 가속화 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임도개설이 특정인의 이권을 보장하는 관광도로 터닦기 작업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무계획적인 임도개설로 인한 산사태 피해도 잦다. 지난 8월 강원 인제군 인제읍 화촌2리에서 임도가 유실돼 발생한 산사태로 일가족 2명이 숨지는가 하면 지난 7월 강원 홍천군 화촌면에서는 농경지 13㏊가 유실되는 등 올들어 임도 70여가 유실·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시립대 이경재 교수는 『임도는 초식동물의 이동을 방해하고 식물·미생물 종의 변화를 가져와 생태계의 혼란을 초래한다』며 『환경자원에 대한 고려없이 마구 임도를 개설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교수는 또 『수종갱신사업의 일환으로 천연림의 가치에 대한 충분한 검증없이 벌목이 행해지고 있다』며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 산림경영과 여영흔 과장은 『국토의 65%가 산인 우리나라의 경우 산림자원을 방치해 두는 것은 엄청난 자원의 낭비』라며 『임도는 산림자원의 개발·보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설』이라고 밝혔다.

산림전문가들은 잦은 임도유실등 사고원인을 턱없이 낮게 책정된 건설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임도 건설비는 일본의 당 3억여원의 5분의 1도 안되는 당 5,480만원이다. 성토면의 옹벽설치나 배수시설, 경사면의 피복작업 등 토사유실과 산사태 방지를 위한 시설을 갖추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는것이다.

임업연구원 중부시험장 김종윤 박사는 『우리나라 산은 부서지기 쉬운 화강암층으로 이뤄진데다 급경사면이 많아 토사유실등의 위험이 크다』며 『완벽한 임도를 개설하려면 공사비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산림청에 의하면 94년 현재 우리나라 임도는 총 7,114이다. 산림청은 올해 1,992를 증설하는 등 2010년까지 총 5만6,000의 임도를 확보할 계획이다.<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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