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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택민 주석의 방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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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택민 주석의 방한(사설)

입력
1995.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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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강택민)중국국가주석이 오늘 우리나라에 온다. 그는 한국방문을 앞둔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방문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의 회견 내용 가운데 우리가 주목할 대목은 대체로 다음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그 하나는 『중국은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수립되기 전까지는 현재의 정전협정이 계속 유효하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한 대목이다. 북한이 정전협정체제를 무효화하고 미국과 단독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시도를 반대한다는 강력한 의사표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북한 편들어 주기로부터의 이탈이라고 편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중국은 그들 나름의 긴박한 안보문제를 따로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소련붕괴 이후 미국은 여러 형태로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강화해 왔다. 중국은 이를 어떻게든 견제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고, 미국과 북한의 접근에 상응하는 조치를 행동으로 보여줄 시점이라는 판단에 도달했을 것이다. 이것이 강주석의 방한과 「평화협정 반대」로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중국과 북한간의 중조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은 각 분야의 협력증진이 목적으로, 당분간 폐기할 계획이 없다』고 단언한 부분이다. 이 조약은 내년에 만료되게 돼 있지만 강주석의 발언은 중국이 당분간 한반도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체제를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이 조약의 근본 목적이 중국 북한간의 「각 분야」협력증진에 있음을 강조한 것은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조약을 가변적으로 운용해 나갈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오쩌둥(모택동) 이후 중국국가주석이 외국을 방문한 예는 극히 드물다. 더구나 강주석의 방한은 중국의 최고통치자로서는 역사상 처음인데다가 지난 1년여 사이에 권력서열 1∼3위의 인사가 모두 우리를 찾아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깊이 새기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중요성과 인식이 달라졌다는 증좌다. 방한 일정 가운데 국회연설이 포함돼 있는데 소련이 없는 오늘 공산주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중국의 국가원수가 반공국가인 한국국회에서 연설한다는 면에서 그 내용이 주목된다.

한중 양국관계는 수교 3년만에 교역량이 1백60억달러, 인적교류가 연인원 1백만명을 넘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그사이 관계를 저해할 만한 큰 마찰은 없었으나 황해오염, 어로구역 침범, 밀수의 횡행, 여행자 안전, 특히 안승운 목사 납북사건 같은 문제가 풀어야 할 숙제로 논의돼 왔다. 강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이같은 현안이 해결됨으로써 양국관계가 한층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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