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강택민) 중국국가주석의 방한은 정치적인 상징성에 못지않게 경제적 실리추구의 성격이 짙다. 이는 수행원의 면면이나 체한일정으로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공식수행원이 경제테크노크라트 중심으로 짜여졌고, 산업시찰을 위해 정상회담과 국회연설일정을 같은날로 잡아줄것을 요청했을 정도다.◎수행원단 성격/기업가 없지만 경제분야 관료가 주축/전외교부장·당 부부장 수행도 이례적
13일 방한하는 장쩌민(강택민) 중국국가주석을 수행하는 중국측 인사는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식 주요수행원 13명, 실무진 30여명에 경호원 및 기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번 방한 수행원단의 특징은 경제분야 관료가 눈에 띄게 많은 점이다. 이는 강주석이 이번 방한기간에 경제외교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해준다. 하지만 이번 수행원단에 기업가는 한명도 포함돼 있지 않다. 중국측은 지난해 10월 리펑(이붕)총리 방한때 이미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파견한 바 있어 이번에는 기업가대신 경제 테크노크라트가 주축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북한전문 고위인사를 대동했지만 군관련 인사를 수행원단에서 제외시킨 것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주요 수행원 면면을 보면 강주석의 부인인 왕예핑(왕야평), 부총리겸외교부장 첸지천(전기침)과 부인 저우한총(주한경), 정치국원으로 중앙서기처서기와 중앙선전부장을 맡고있는 딩관건 (정관근), 국가경제무역위원회 주임 왕중유(왕충우), 대외무역경제합작부장 우이(오의), 화학공업부장 구슈롄(고수련), 중앙판공청 주임 쩡칭훙(증경홍),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왕웨이덩(왕유징) 및 탕자쉬안(당가선)외교부 부부장등이다. 이중 전부총리 겸 외교부장과 당 외교부부 부장이 같이 수행하는 것이 이례적이다.
전외교부장은 상하이(상해)태생으로 14살에 중국공산당에 입당했으며 상하이 성요한대학을 졸업했다. 대학 재학시절 차오스(교석)와 우쉐첸(오학겸)의 지도를 받으며 상하이 공산주의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전 총서기 후야오방(호요방)의 배려로 1년간 구소련에 유학하기도 했다. 전외교부장은 천안문사태와 동구권몰락, 구소련붕괴라는 세계사적인 대격변 속에서 중국외교의 활로를 개척, 저우언라이(주은래)이래 중국의 가장 걸출한 외교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계파적 색채가 없는 외교전문엘리트로 날카롭지만 화를 내는 것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다. 사진촬영, 우표수집, 역사서적읽기가 취미이다.
왕국가무역경제위원회주임은 지린(길림)성 성장출신으로 주룽지(주용기)라인의 테크노크라트이며 중앙위원이다. 한국을 자주 방문해 잘 알려진 오대외무역경제합작부장과 고화학공업부장은 모두 여성각료이다.
증중국공산당 중앙 판공청 주임은 중공중앙고급당교 정치경제학부 출신의 재정경제통으로 중공 중앙정책 연구실 주임이며, 국제인재교류협회부주석이다. 55년부터 59년까지 항저우르바오(항주일보)부편집장을 역임했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수행 정관근 선전부장은 누구/중 차세대 지도자 선두주자로 주목/등소평과 친분… 대북관계 중요역할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 수행 인사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겸 서기국 서기 딩관건(정관근)선전부장이다. 그는 59명의 공식·비공식 수행원 가운데 권력서열로는 첸지천(전기침)외교부장에 이어 두번째. 그러나 최고권력층과의 인간관계와 당직으로 보아 전부장보다 비중있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정부장은 중국 최고지도자 덩 샤오핑(등소평)의 유일한 브리지게임 상대로 알려져 있다. 또 강주석과는 같은 장쑤(강소)성 출신이며 상하이(상해) 교통대학 동문이다. 56년 공산당에 들어가 철도국에서 오래 근무했으며 장관급인 국가계획위원회 부주임을 지낸 경력등이 강주석과 매우 비슷하다. 인연을 중시하는 중국의 정치문화에서 권력 핵심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권력의 산실인 공산당 이념 전파를 위한 언론·문화 담당 선전부장의 직책을 맡고있다.
이 때문에 그는 차기 중국 권력이동에 큰 영향을 미칠 제4세대 지도자 가운데 선두주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 황병태 주중대사의 설명이다.
그의 강주석 수행은 관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산당에는 5명의 서기가 있으며 이들은 국가주석등 수반급 인사의 해외순방때 돌아가며 따라간다. 그러나 강주석이 그를 수행단에 포함시킨 것은 그만큼 방한을 중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다.
정부장은 그동안 수행해온 대북한 임무와 관련해 한국방문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황대사는 『정부장은 북한과 중국 공산당 사이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인물』이라며 『이번 방한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물론 한·중 문화 언론관계에서도 비중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식방한 일정/삼성·현대 등 산업시찰에 많은 시간 할애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은 13일 하오 특별기편으로 서울공항에 도착, 5일간의 공식 방한일정에 들어간다.
공식일정 첫날인 14일상오 장주석은 청와대에서 김대통령과 약 1시간10분동안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경제협력 증진방안을 비롯한 쌍무현안과 한반도 평화및 동북아 안정등 국제정세 전반에 관해 폭넓게 논의한다.
장주석은 회담후 김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회담결과를 발표하며 경제 4단체장이 주최하는 오찬에 참석, 민간차원의 한·중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날 하오 장주석은 국회 본회의에서 연설한 뒤 김대통령 내외가 주최하는 국빈만찬에 참석한다.
15일부터 장주석은 삼성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등 지방산업시찰에 나선다.
또 16일 경주 불국사를 돌아보고 이어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을 방문하며, 제주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일본 오사카(대판)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지역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7일 이한한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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