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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씨가 「진실」을 밝히라(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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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씨가 「진실」을 밝히라(장명수 칼럼)

입력
1995.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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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파문이 정계에 불러일으킨 진흙탕 싸움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날로 심화시키고 있다. 다시 냉소주의, 허무주의가 고개를 드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러울 정도다.대통령이라는 영광스런 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수천억원을 거둬들여 착복했다는 충격은 벌써 지난일이 되었고 이제 사람들은 누가 노씨의 돈을 더 먹고 덜 먹었느냐의 정치권 싸움을 구경하고 있다. 그 싸움은 갈수록 희한하여 『과연 정치하는 사람들은 보통사람이 아니구나』라는 고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노씨로부터 지난 대선때 20억원을 받았는데 그 돈이 부정한 돈인줄 몰랐다』는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말, 『나는 노태우씨로부터 한푼도 받은 적이 없으며 아마 당이 받았을 것』이라는 김영삼 대통령의 말, 『김구선생도 독립운동할 때 친일파의 돈을 받았으나 아무도 문제삼지 않았다』는 국민회의 한화갑 의원의 말, 『그쪽에서 근거없는 설로 우리를 공격하므로 나도 설을 말하는 것』이라는 민자당 강삼재 사무총장의 말 등은 참으로 보통사람의 상식에 어긋나는 말이다.

양비론에서 벗어나 가장 상식에 어긋나는 대상을 꼽는다면 김영삼 대통령과 민자당을 꼽을 수밖에 없다. 자기당의 총재였던 사람이 비자금 수천억을 거둬들인 사건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데, 그들은 마치 백조처럼 결백한 척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노태우씨는 김영삼·김종필씨와 손을 맞잡고 합당한 후에 마음이 변했고, 김영삼씨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으며, 야당후보에게 돈을 줄지언정 자기당 후보에겐 한푼도 안줬다는 것이다. 노씨는 오히려 김대중씨와 밀월관계였고, 고비고비마다 김씨에게 거액을 주었다고 공격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 풍진 세상에 발을 담근적이 없다는 듯 침묵하고, 김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안다는 강삼재 사무총장은 연일 「김대중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검찰은 재벌들을 조사하면서 야당지도자들에게 준 정치자금도 조사하고 있다는데, 지난 대선에서 「홀로서기」를 했다고 고백한 김대통령에게 준 돈도 같이 조사하지 않는다면 노씨사건을 정적제거에 이용한다는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김대중씨가 넘긴 공을 김대통령이 본척만척하고 있으니 이제 그 공은 노태우씨가 받아야 할 것 같다. 전직대통령 사법처리라는 뼈아픈 불행을 겪고 있는 나라를 위해 그가 해야 할 마지막 도리는 다시 그런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진실을 밝히는 것 뿐이다. 「나라를 위해」 적당히 덮고 넘어가기에는 국민의 분노와 불신이 이미 한계를 넘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개인적 치욕을 극복하고 역사의 진전에 기여하는 길을 그는 찾아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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