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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의 정치주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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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의 정치주의(사설)

입력
1995.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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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맹(약칭 민노총)이 예고대로 11일 대의원대회 등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이로써 노동계는 유일한 합법적인 전국규모의 상급노동단체인 기존의 한국노총과 양분의 형태를 갖게 됐다.그러나 현행 노동법은 한국노총 이외의 전국규모 상급단체를 허용치 않고 있으므로 민노총은 「법외 노동단체」가 될 것이 확실하다. 노동부는 이미 『민노총은 한국노총과 산하조직의 범위가 중복되므로 현행 노동조합법상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따라 합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민노총이 개별기업의 노사협상에 개입하거나 정치활동을 벌이면 사법처리하겠다』고 했다. 민노총의 대응여하에 따라 노사관계와 산업평화에 파란이 예상된다.

민노총은 출범 자체가 기존의 노동법과 체계 및 조직에 대한 도전이므로 출발부터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본다. 민노총이 전국적인 상급단체로 뿌리내리기 위해 어떤 방식을 취할지 지켜봐야겠지만 대결보다는 타협노선을 선택할 것을 요망한다. 민노총도 가입노조가 상당한 규모이므로 책임있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노총 참여노조는 업종조직, 지역조직, 그룹조직 등 모두 9백여 노조에 노조원은 4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한국노총의 4천4백여개 노조, 1백15만여명에 비하더라도 노조원 규모가 약 35%에 근접한다. 이만한 규모이면 성숙된 자세를 보여야 한다. 힘으로 정부, 기존의 노동운동세력, 사용자들을 굴복시키려 한다면 민노총은 지금까지 강성노조들이 그랬듯이 이득보다는 손실이 클 것이다. 뭣보다 여론으로부터 계속 소원해질 것이다.

민노총의 선언과 강령을 보면 정부와 사용자를 대표하는 경제 5단체들이 민노총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노총의 선언과 강령은 노조경제주의보다 노조정치주의를 우선 강조하고 있다.

선언은 『…정치세력화를 추진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보장하는 통일조국·민주사회건설을 위해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강령요지에 가서 「노동자 정치세력화」 「공동결정에 기초한 경영참가 확대」 「독점재벌해체, 분배의 평등과 사회보장실시」 등을 내세우고 있다. 선언과 강령만으로 봐서도 민노총이 좌경노선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간파할 수 있고 재벌그룹 등 기존의 대기업들이 수용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들이 의미하는 「정치세력화」가 어떤 성격인지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역사의 심판이 끝난 계급투쟁의 급진사회주의노선을 시사하는 것 같다. 민노총은 우선 공존할 수 있다는 신뢰감부터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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