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민은 금세기들어 훌륭한 대통령중의 하나로 해리 트루먼을 꼽는다. 1945년 루스벨트의 사망으로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트루먼은 재임 7년9개월동안 히로시마에 원폭투하, 일본의 조기항복, 마셜플랜추진과 국내경제 재건, 한국전 파병, 맥아더 해임, 유엔과 나토의 창설등 엄청난 일들을 흔들림이 없이 단호한 결단으로 치러낸 것이다.미국민이 트루먼을 특히 존경하는 것은 지도력도 그렇지만 너무도 청렴한 자세때문이었다. 재력가들은 백악관에 얼씬도 못하게 했고 종이 한 장도 국민의 것이라며 아껴 썼다. 임기가 끝나자 그는 부인 베스여사와 17년전 워싱턴 정계에 진출했을때 갖고왔던 낡은 가방 하나만 든채 보통 열차편으로 고향인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역에 도착, 걸어서 집에 돌아갔다.
퇴임후 트루먼은 저명한 언론인인 메릴 밀러와의 대담서 『정치지도자들은 돈과 권력과 여자를 멀리해야 하며 그중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돈이다. 한번 유혹에 빠지기 시작하면 자신과 나라를 망치게 된다』고 술회했다.
트루먼의 예언대로 노태우 전 대통령은 검은 돈을 좋아했다가 자신은 물론 국민과 나라까지 망치고 말았다. 노씨는 7가지 죄악을 저질렀다. 첫째 「통치자금」 「성금」이니하는 되지도 않는 명분으로 대통령직을 이용, 검은 돈을 긁어 모은 것. 둘째 정치활동과 그늘진 곳 등에 쓴다며 2천여억원을 부정 축재하고 사채 놀이까지 한것. 셋째 솔선해서 지켜야 할 대통령이 법을 어기고 도덕을 파기한 것. 넷째 「청렴」과 「보통사람」으로 위장, 검은 돈을 축재하여 국민을 배신하고 국민의 가슴을 무너뜨렸으며 꿈과 희망을 짓밟은 것. 다섯째 재벌들을 「봉」으로 삼아 검은 돈을 내게함으로써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게 한것. 여섯째 정치지도자들에게 검은 돈을 주어 정계를 더욱 오염시키고 정치판을 쑥밭으로 만든 것. 일곱째 온 국민이 피땀으로 일으킨 나라의 체면에 국제적으로 먹칠을 하고 거액의 도둑대통령으로 기네스북에 곧 오르게 만든 것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노씨는 검은 돈 수집취미로 인해 나라를 안팎으로 만신창이로 만든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극심한 우울증과 의욕상실증에 걸려 있다. 어디를 가나 「살맛이 안난다」 「대통령까지 불법을 저지르니 누구를 믿어야 하나」라며 깊은 좌절감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비탄과 허탈감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다. 나라와 민족은 영원한 것이기에 우리는 상처를 씻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노씨의 잘못은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고 또 검은 돈 조성을 막지 못한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정치지도자들이 검은돈을 만지지 못하게 하기위해서는 이번사건을 우선 철저히 규명해서 엄벌한뒤 재발방지장치를 만들어 새출발의 전기로 삼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과 정·재계가 각기 할 일이 있다.
먼저 전국민의 이름으로 누구나 볼수있게 광화문네거리에 거대한 참회비를 세워야한다. 비 앞면에는 「비자금참회비」라고 쓰고 뒷면에는 「나는 검은돈을 걷었습니다」 「나는 검은돈을 감췄습니다」 「나는 국민을 배신했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노씨를 비롯, 검은돈에 관계있었던 국가지도자들의 이름을 새겨 넣어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한다. 아울러 노씨가 검찰에 소환됐던 11월1일을 「국가참회의 날」로 정하여 해마다 국민반성의 모임을 갖는게 필요하다.
한편 여야는 노씨로부터 받은 일체의 검은돈의 내역을 스스로 국민앞에 밝힌뒤 앞으로는 정치자금법에 규정된외의 부정한 돈을 수수한 정치인은 엄벌과 함께 정치활동을 영원히 금지시키게 관계법을 고쳐야 한다. 재계 역시 어떤 성금도 거부해야하고 정경유착으로 돈을 벌려는 발상을 버려야 하며 그럴경우 엄벌케 해야할 것이다.
지금 국민의 정신건강과 도덕과 교육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대통령이 범법 행위를 함으로써 법과 질서의식이 무감각해지고 윤리교사들은 학생들앞에서 할 말을 잃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사람들이 날마다 광화문네거리의 비자금참회비를 보면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쯤 트루먼 같은 국가지도자를 갖게 될 것인가. <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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