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이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여러 차례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이 있다고 되풀이 주장하며 사실상 정계은퇴를 요구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사태발전 여하에 따라서 이 문제는 정국을 폭풍속으로 몰아넣을 중대한 쟁점이 될 여지가 다분히 있다. 물론 이같은 요구에 대해 국민회의측은 「김영삼 대통령이 지원받은 선거자금을 희석시키려는 음해」라고 반박했지만 국민으로서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여당은 국민의 의혹을 해소시키고 정국안정을 위해 김총재가 지원받은 자금내역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여당의 강삼재 사무총장이 밝힌 김총재의 정치자금 관계발언은 매우 함축적이어서 관심을 끈다. 그는 앞서 김총재가 지난 5공 청산때 거액을 노전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는 「설이 있다」고 말한 수준을 넘어 어제는 「평민당창당, 중간평가의 유보, 5공청산, 대통령 선거때 등 고비때마다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며 여론의 빈축을 사고 있는 여야공방을 사그라뜨리지 않고 더 공격적으로 김총재의 정계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만일 여당의 주장대로 김총재가 그같은 정치적 전기때마다 노전대통령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면 실로 중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또 그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여당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여기서 궁금한 것은 여당이 자금지원에 관해 어느 정도 결정적인 자료를 확보했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 노전대통령 비자금의 조성과 사용의 구체적 내용은 검찰만이 알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자금조성과 용처에 관해 단 한번도 공식으로 밝힌 적이 없다.
따라서 여당의 김총재 퇴진요구의 배경은 몇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검찰―정부를 통해 어느 정도 관련 증거를 확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그래서 먼저 김총재에게 스스로 밝힐 것을 촉구한 뒤 계속 부인할 경우 자금내역을 공개한다는 전략일 수도 있다. 또 하나는 단순히 야당에 대한 정치공세로서 양김의 이미지에 타격을 가하자는 것으로 볼수있다.
아무튼 여당이 차제에 구태정치의 청산과 물갈이를 강조하며 제1야당총재의 퇴진까지 요구한 것은 심상치가 않다. 하지만 여당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설」이나 「의혹」만으로는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집권당은 정국안정과 정치발전에 1차적 책임이 있는만큼 관련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면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관련 정치인들로 하여금 책임을 지게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반대로 「설」과 「의혹」수준에서의 정치공세이고, 야당에 대한 반격용이라면 정국은 술렁일 것이고 그 책임은 여당의 몫이 될 것이다. 국민은 여당이 명백하게 밝힐 것을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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