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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 망언」… 한­일관계 예측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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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 망언」… 한­일관계 예측 불허

입력
1995.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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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입장/“일서 먼저 정상화조치 내놔야” 강경/형식적 사과 넘어선 자세전환 전제 강조일외무장관의 진사방한을 거부한 초유의 사태로 경색된 한·일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

정부 당국자들은 이 질문에 구체적인 예측을 꺼리고 있다. 현재로선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일본의 자세전환에 달려있으므로 우리쪽에서 먼저 「정상화 조치」를 말할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확고한 입장을 밝힌 만큼 공은 일본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오사카(대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계기로 이루어질 예정이던 한일 정상회담의 운명도 예측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에토 다카미(강등륭미) 일총무청장관의 식민지 지배 미화발언이 있기 전과는 상황이 엄청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고노 요헤이(하야양평) 일외무장관 방한제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었다. 외무장관회담을 통해 무라야마(촌산부시)총리의 한일합방 합법 발언에 대한 사과를 얻어냄으로써 한일 정상회담을 성공시켜보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 정부로서는 일본측에 나름대로 성의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내각 결의로 에토 장관 해임논의를 중지시키고 고작 「엄중경고」조치로 넘어가기로 결정, 우리 국민감정을 자극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일본이 번복하기 어려운 내각 결의로 에토 장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을 불쾌해하고 있다. 현재의 일본내각이 과거보다 더 잘못을 시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 때문이다. 내각내에서 보수 우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연립정권은 이를 견제할 힘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내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증폭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정부 당국자들은 그러나 우리의 일련의 조치 속에 일본측이 찾아낼 수 있는 해법이 들어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고노 장관 방한 거부가 에토 장관에 대한 미흡한 조치때문인 만큼 추가 조치가 있으면 외무장관 방한을 수용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보인다. 에토 장관의 자발적인 사임도 추가 조치로 인정할 수 있다는 뉘앙스인데, 이 경우 양국간 정상회담에 앞서 외무장관 회담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다만 고노 장관이 방한해서 무라야마총리 발언에 대해 의례적 수준으로 사과하려 했고, 경색국면이 풀려 고노장관이 오게되더라도 일본측이 보여줄 사태수습 의지가 그 정도라면 이러한 해법도 설득력을 잃게 된다. 정부는 이미 양국간 정상회담을 무산시킬 각오를 한 상태고, 일본도 이를 감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태성 기자>

◎일본 대응/“냉각기 갖고 해결” 한국측 해법 기대/「에토 경질」 연립정권 분열 우려 불가고수

일본정부는 에토 다카미(강등륭미)총무청장관의 식민지망언문제로 악화된 한일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에토장관의 망언으로 한국측이 반발하자 일본정부는 당초 에토를 사임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총리의 한일합방발언과 고노 요헤이(하야양평)외무성장관의 한반도분단책임발언등으로 양국관계가 미묘해진 시점에서 에토장관을 속죄양으로 해 한국측의 감정을 누그러뜨릴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사카 고켄(야판호현)관방장관은 처음 그의 망언이 보도되자 『사태는 심각하다. 한국측의 반응을 살피며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자민당측이 지난 8일 대책회의에서 『에토장관의 발언문제를 장관직 사퇴까지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자민당측은 표면적으로 『발언 자체가 오프 더 레코드(기록및 보도금지)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자민당집행부가 에토장관을 옹호키로 한 것은 새내각이 출범한 지 석달도 안돼 다자와 도모하루(전택지치)전법무장관에 이어 에토장관까지 경질할 경우 무라야마정권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다는 점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해임을 계기로 「전후50년 국회결의」와 종전50주년기념일의 총리담화내용과 역사인식에 대한 당내불만이 표출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

결국 무라야마총리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다 10일 에토장관에게 「엄중주의」를 주고 고노장관을 한국에 진사사절로 파견하는 선에서 문제를 봉합키로 했다. 연립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타협책이었다. 그러나 한국 외무부가 에토장관의 경질 없이는 고노외무장관의 방한을 수락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통보해오면서 무라야마총리는 진퇴유곡의 입장에 빠지고 말았다.

일본정부와 연립여당은 10일밤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협의했으나 뾰족한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한 채 「일단 결정한 에토장관의 처리문제를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재확인하고 고노외무장관의 방한계획을 취소했다.

현재로서는 오는 18일 오사카(대판)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일정상회담의 성사여부도 전적으로 한국측의 의사에 달려있다는 것이 일본외교가의 관측이다.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11일 『한일정상회담의 성사는 일본측이 해법을 갖고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정부가 무라야마총리의 처지를 이해해 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해 공이 한국측에 넘어가 있음을 강조했다.<도쿄=이재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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