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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외무 방한 거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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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외무 방한 거부(사설)

입력
1995.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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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내한하겠다는 고노(하야양평)일본 외무장관을 정부가 거부한 전례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무라야마(촌산부시)총리의 망언에 이어 7일 불거져 나온 「일본은 식민지배로 좋은 일도 했다」는 에토(강등륭미) 총무청장관의 망언으로 흔들리고 있는 한일 관계가 이로써 더욱 난기류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정부의 고노장관 방한 거부는 이례적인 강경한 조치다. 총리와 각료가 잇달아 망언을 하고 망언한 각료를 해임치 않고 「엄중주의」라는 선에서 적당히 얼버무리려는 사태를 더 이상 용납 않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 표명이라고 할 것이다. 이번에도 일본 정부의 설명이나 변명을 받아들이면 이같은 사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았다고 하겠다.

일본정부는 이례적인 사태로 발전하고 있는 이번 한일간의 분쟁이 과거의 마찰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과거엔 무역역조나 재일교포의 지문날인 등 지엽적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로 양국이 의견을 달리했다. 이번엔 이와 달리 한일간의 근본문제인 한일합방과 식민통치에 대한 역사인식 문제로 야기된 것이어서 설명이나 설득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 각료가 한국국민의 의사에 반해 강압적으로 체결된 한일합방에 의한 식민지배조차 은혜를 베풀었다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 분단의 근본적 원인이 식민지배에 있는데도 이를 부인하고 수탈과 원활한 식민통치를 위한 것이었던 항만 도로 철도건설 등으로 좋은 일도 했다고 터무니없는 소리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달간 계속되고 있는 망언 파동으로 양국관계는 뒤틀릴대로 뒤틀려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 정상의 뉴욕 회담이 무산됐고 한일의원연맹 총회도 무기 연기됐다.

이런 상태라면 아세아태평양 지역경제협력체(APEC)회의에서의 양국정상회담도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방향으로 사태는 흐르고 있다. 심각한 국면이 하루 빨리 해소되기를 바라지만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건너뛰는 미봉책은 또 다른 망언을 낳는다는 점에서 이를 경계한다.

일본정부는 이번 사태를 직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역사인식의 대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일본 특유의 말 장난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고 고노장관도 방한할 필요가 없다. 한일 관계의 새 전기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우선 망언을 한 에토장관의 해임과 사과에서부터 뒤얽힌 한일관계의 매듭을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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