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과 감사원의 감사 관계자들이 연말을 앞두고 적잖은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선물 안주고 안받기」 지침을 시달하는 일이 걱정이라는 것이다.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연례행사처럼 시달해온 이 지침을 올해라고 해서 생략해 버릴 수는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예년처럼 추상 같은 지침을 그대로 시달하자니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천문학적 액수의 비자금 조성과 개인 부정축재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일선 창구의 하위직 공무원들을 상대로 선물 받으면 엄벌하겠다는 내용의 지침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 마음 편치 못하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떡값과 일선 공무원들이 받는 명절 선물에 차별이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깨끗한 공직사회를 위해 다같이 척결해야 할 부정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명절 선물이나 인사치레 정도의 떡값 기십만원을 받다가 적발돼 징계위에 회부된 하위직 공무원들이 파면등 중징계를 당하는 것을 보면 안됐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감사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암행감사를 나가 선물 수수행위를 적발해야 하는 자신의 임무가 난처하게 생각될 때도 많다는 것이다. ◆『빈 자루는 바로 설 수 없다』는 속담처럼 하위직 부정에는 생계형도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공무원 사회의 정서로는 살기 어려워 부정을 저지르는 생계형과 재산을 모으기 위해 부정하는 축재형은 구분해서 처벌의 강도를 달리해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수천억원짜리 윗물이나 기십만원짜리 아랫물이나 맑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고 탁한데 대한 처벌은 같다. 오히려 아랫물에 더 감시가 심하고 처벌도 더 가혹한게 우리 현실이다. 공직사회의 기강이 오랫동안 바로 서지 못하고 있는 것도 윗물을 맑게 하기 힘들기 때문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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