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대화하는 심정 국정임해” 언급/노씨처리 단안·민심수습책등에 관심김영삼 대통령의 잇단 청남대행이 예사롭지않다. 부인 손명순 여사와 김광석 경호실장만을 대동한 간편한 행차는 마치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기위해 조용한 곳을 찾아나선 듯한 인상이다. 물론 장쩌민(강택민)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APEC 정상회의 참석에 대비한 자료를 두툼히 챙겨가기는 했지만 오래전부터 예정되어온 이같은 외교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청남대를 찾았다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노태우씨축재비리 사건으로 정국이 온통 시끄러운판에 김대통령이 국내현안은 제쳐둔채 외교문제에 매달릴 수만은 없기때문이다.
평소 쉰다는 말을 듣는 것을 싫어하는 김대통령이 휴가나 명절때도 아닌 지난주말 청남대를 찾았던 것도 처음있는 일인데 일주일만에 또다시 간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래서인지 지난주의 경우 청와대측은 「단순한 주말휴식」이라고 말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근무지를 청남대로 바꾸었을 뿐』이라며 『청남대는 대통령의 지방집무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어디를 가든 24시간 일을 한다』면서 『다만 청와대에 있으면 불필요한 잔무가 많아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정신집중」을 강조했다. 또 『대통령의 구상이 어느 곳에서는 하고, 어느 곳에서는 안하겠느냐』는 이 관계자의 말은 청남대로 떠난 김대통령의 마음에 현정국의 타개방안이 크게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대통령은 최근 사석에서 『나는 지금 역사와의 대화를 하고 있는 심정으로 국정에 임하고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또 『대통령은 내가 원했던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였지만 취임후 내 스스로 대통령을 가장 고독한 자리로 만들어왔다』며 『때문에 나는 대통령으로서 가장 큰 책임을 느끼고 그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한 수석비서관은 김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에 대해 『김대통령은 노씨 축재비리 사건의 큰 흐름이 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역사의 참뜻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노씨나 관련기업인등에 대한 사법처리문제는 검찰에 일임했고 김대통령은 그이후의 수순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혁의 원칙에서 풀어간다」는 김대통령의 정면돌파식 해법은 아직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않고 있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정계개편론이 거론되면서 술렁이고 있는 민자당을 이끌고 내년 총선에 임하는 문제도 생각해야하고 연말께로 예상되는 당정개편의 골격을 짜는 것도 간단치않다. 검찰수사 상황으로 보아 가까운 시일내에 김대통령이 단안을 내리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검찰수사가 어느정도 마무리되고 APEC 정상회의 참석에서 돌아오는 이달 하순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국민담화에서 김대통령의 정국해법이 가시화할 것이라는게 청와대 주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신재민 기자>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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