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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축재비리 수사­비자금 정국의 종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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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축재비리 수사­비자금 정국의 종착지

입력
1995.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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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불신 심화 변화바람 불가피/큰 상처 각당 새정치 충족에 한계/총선 거치며 정계개편 귀결 전망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은 한국 정치사에서 일대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선 전직대통령의 사법처리, 천문학적인 부정축재라는 외형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다. 내용적으로는 정치권의 부패구조, 심화된 정경유착의 현실, 정치지도자들의 이중성이 노출됐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깊다. 때문에 그 파장은 향후 정치구도, 나아가 한국 정치사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비자금파문이 정치불신의 결정적 동인을 제공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같다. 다시말해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불신을 넘어 혐오나 증오의 수준으로까지 변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반감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변혁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각 정파들은 비자금파문의 정치사적 메시지를 판독하는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전투구식으로 전개되는 대선자금공방, 상호비방전에서 드러나듯이 각 정파는 당장의 이해득실에 빠져있다.

민자당은 세대교체, 정치개혁이라는 지향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김대중 김종필총재등 두 김씨의 흠집내기에 주력하는 편협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선자금 자진공개를 포기함으로써 『스스로의 참회나 개혁에는 무디고 다른 정파에만 가혹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민회의는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서도 「김대중 총재의 20억원 수수」의 피해를 방어하고 만회하려는데 급급하다. 자민련은 비자금파문을 대통령제의 폐해로 인식하며 내각제도입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이 역시 정파적 이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비자금파문의 폭로자로서 유리한 입지를 취하고 있지만 「민자당 2중대」라는 불분명한 노선으로 기존정파의 대체세력 이미지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지만 이를 담아낼 수 있는 정파가 뚜렷히 부각되지 않고 있는게 현재의 정치구도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변화를 추진하는 역동적인 힘이 나올 수 없으며, 정치적 냉소주의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게 된다. 국민들이 새 정치세력을 기대하면서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지연, 학연에 얽매여 지지정파를 선택하는 이중적 정치행태가 나타나게 된다.

비자금파문의 정치적 심판이 내려지는 내년 총선도 이런 한계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다. 비자금파문의 충격이 투표성향에 일정한 변화를 유발하겠지만 지역구도를 극복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만신창이로 상처입은 현재의 정파들이 그 이후에도 계속 온존하기는 어렵다는게 지배적인 견해다. 결국 정파들간에 이합집산이 시도될 개연성이 크며 그 과정에서 정치쇄신의 메시지가 두드러지게 부각될 전망이다. 따라서 비자금파문은 그 시기가 불확실할뿐 정치권의 변화, 다시 말해 정계개편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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