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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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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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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명테너 카루소가 날리던 시기에 러시아에는 세계적인 베이스 샬리아핀이 있었다. 그가 노래를 불러 단번에 유명해진 곡이 하나 있다. 무소르크스키 작곡의 「벼룩의 노래」가 그것이다. ◆옛날 러시아에 어리석은 임금이 한사람 있었는데, 그는 아첨하는 재주가 뛰어난 벼룩을 항상 곁에 두고 총애했다. 마침내는 벼룩의 진언을 받아들여 전국에 벼룩을 죽이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렸다. 그후부터 벼룩들은 마음놓고 국민의 피를 착취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 노래의 내용이다. ◆제정 러시아에서 소련공산독재로 이어진 러시아의 역사는 국민이 민주주의를 경험할 기회를 가질 수 없게 했다. 소련이 붕괴되고 옐친정권이 들어서고서야 비로소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를 만들어 익혀 나가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의 의식은 아직 이 낯선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자꾸만 옛날로 회귀하려 하고 있는 것이 요즘 러시아의 정치현실이다. ◆최근 옐친대통령이 입원하면서 크렘린의 전통적 밀실정치의 폐해가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악명높던 구소련국가보안위원회(KGB)출신의 경호실장 코르자코프와 비서실장 일류신이 그 측근정치의 장본인들이다. 대통령의 건강 때문에 면담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을 핑계삼아 주요각료들의 출입을 막고 자의로 「대통령의 뜻」을 대신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옐친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면 체르노미르딘총리가 그것을 대행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중국방문연기를 비서실장이 발표하는가 하면 경호실장은 『핵가방은 아직 옐친 곁에 있다』면서 총리의 직무수행을 방해하고 있다. 최고권력자의 주위를 맴돌면서 측근의 위세를 과시하는 무리가 발호할수록 정치가 변칙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고, 당연히 부패하게 되는 것은 러시아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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