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개혁 해법」 동상이몽/민자 “선거구제 등 변화필요” 제기/야권 “당리당략 불과” 부정적 입장정치권이 비자금파문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모색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이번 파문의 근본적 원인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작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각 정파의 입장이 서로 달라 정치개혁의 제도적 장치 마련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정치개혁의 필요성은 민자당에서 먼저 제기되고 있다. 비자금파문으로 정치권 전체가 타격을 받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본 쪽은 역시 자신들이라는 인식이기 때문이다. 당장 노태우씨에 대한 사법처리가 마무리되면 김영삼 대통령이 정치개혁등의 후속조치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이와관련, 강삼재 민자총장은 9일 『돈안쓰는 선거풍토정착을 위한 제도적 개선과 함께 당조직모델도 새롭게 고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치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정당운영방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권의 이같은 의지가 과연 정치권의 합의를 얻어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야당도 정치개혁의 필요성에는 찬성하지만 논의의 시점이 부적절하다고 보는 까닭이다. 즉 현단계에서 여당의 정치개혁 주장은 비자금파문을 호도하기 위한 정치적 카드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야간에 가장 논란을 빚을 주제는 선거구문제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민자당이 중대선거구제에 미련을 갖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서정화 원내총무는 최근 『일부 야당이 선거제도의 변화필요성을 거론했다』며 중대선거구의 검토가능성을 슬쩍 흘린데 이어 9일엔 『비자금정국이 매듭되면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앞서 8일 민자당당무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은 중대선거구제의 필요성을 중점 제기했다. 비교적 이해관계가 덜한 경남의 정순덕 의원까지 이를 주장했다. 한 고위당직자는 사석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에서는 후보들이 필사적으로 싸우기 때문에 돈이 훨씬 많이 든다』고 말했다. 지역감정 해소차원 뿐아니라 정치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중대선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야당은 중대선거구에 대해 대체로 반대입장이며 지역기반이 확실한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한결같이 부정적이다. 내년 총선에서의 수세를 걱정하는 민자당의 당리당략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찬성하지만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적극적인 주장을 삼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때문에 여당도 내심 소극적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선거구제는 여전히 정치판의 대변혁을 초래할 수 있는 「핵폭탄」으로 잠복해 있다.
이밖에 국고보조금 축소문제도 「여 찬성, 야 반대」로 확연히 갈려져 있다. 지정기탁금 등으로 「배부른」 여당이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다. 사실상 여당이 독식하고 있는 지정기탁금제에 대해서도 야당은 『일부를 야당에 배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는 정치권전체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물고물리는 당략때문에 해법을 향해 쉽게 발을 옮기지 못하고 있다.<정광철 기자>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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