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낯선」은 미국의 짐 자무시(42)를 세계적 감독으로 부각시켜 준 영화이다. 82년 그는 빔 벤더스감독에게 필름을 얻어 30분짜리 단편 「신세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2년 후에야 「1년후」와 「천국」을 찍어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에 빛나는 3부작의 이 흑백영화를 완성시켰다. 특별한 사건도 없다. 뉴욕에 10년째 살고있는 헝가리출신 윌리와 소심한 친구 에디, 윌리를 찾아 부다페스트에서 온 사촌 여동생 에바의 지극히 나른하고 무의미한 일상적 생활이 토막토막 이어질 뿐이다.
방안에 틀어박혀 TV나 보고 윌리가 「TV디너」라고 부르는 인스턴트음식을 먹고 이따금 도박과 경마를 하는 이들에겐 신나는 일도, 새로운 것도 없다. 1년후 도박판에서 속임수로 돈을 딴 윌리와 에디는 클리블랜드로 에바를 찾아간다. 셋은 플로리다로 여행을 가지만 역시 세상은 낯설다.
고정된 카메라, 철저한 원 신 원 컷(One Scene One Cut)에 비춰지는 삶은 건조하다. 보일듯 말듯한 휴머니즘도 그속에서는 금세 말라 버린다. 장면사이에 삽입되는 검은 화면은 후기산업사회를 사는 인간들의 의사불통과 감정단절에서 오는 고독감, 소외감을 강조하고 있다. 예술전용 극장인 동숭시네마텍이 첫 상영작품으로 골랐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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