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팀 축소 식어버린 열기서울국제무용제의 열기가 식어 가고 있다. 보통 10개팀의 공연이던 것이 17년만에 처음으로 8개팀으로 축소됐다. 이유는 예심신청단체에서부터 미달이었던 때문인데 경연제에 대한 신뢰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또한 단 하나의 외국단체 초청으로 「국제」라는 수식어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기에 즐겁지 못하다. 게다가 그들의 공연내용을 보면 이스라엘 키부츠컨템포러리무용단의 실체를 전혀 모른채 초청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동물의 사육제」를 비롯해 웃음 속에서 교육적인 효과를 노린, 막연히 알고 있는 키부츠의 성실한 일면을 보여 그 자체로는 썩 훌륭한 공연이었다. 문제는 그 공연이 행해진 장소가 서울국제무용제라는 데 있다. 혹 어린이관객을 위한 홍보라도 있었더라면 조금의 위안은 되었을 법하다.
올해도 경연에 참가한 8개팀 중 대상과 안무상 연기상 수상자를 선정하게 되는데 무용제의 시상결과가 몇년간 이상하리만치 소문과 일치해 오고 있다.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경쟁력이 약화되었다고도 하겠다. 대상의 경우 지난해의 결과에 대해 특별히 억울해 할 단체가 없어 보였듯이 올해 역시 같은 결과가 예측된다.
5개 팀의 현대무용단 중에서는 장정윤 현대무용단의 개인기량과 무대 일부를 꽃으로 덮은 현대무용단 푸름의 의욕이 돋보였다. 장정윤의 가볍고 단절된, 그러나 품위를 잃지 않는 우아한 춤은 매번 새로운 느낌을 준다. 춤사위에서 매력을 발산하는 장정윤과는 달리 푸름의 「빗소리」는 교훈적 메시지를 추구한다. 샴푸를 해대던 여인이 검정 우산을 들고 산성비를 피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정옥조는 음악과 의상의 변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찾으려 했고 서울현대무용단은 신화 속의 사랑을, 댄스씨어터 온은 단순하고 깔끔한 몸짓들을 만들어 냈다. 한국무용 두 팀은 다른 해와 비교해 별다른 특징을 찾을 수 없었으나 김온경 겹사위무용단의 각시역은 출중했다.
시인 윤동주의 마지막 모습을 그려낸 김민희&한양발레아카데미의 「또 다른 고향」은 프로그램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었다. 이는 곧 장면의 연계가 적합했고 표현수단이 제 몫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소재의 선택과 구성, 기량면에서 빠짐이 없는 안정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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