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이색상품이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손바닥이 나와 동전을 집어 넣는 「노태우 저금통」과 딴 주머니를 뗐다 붙이는 「김옥숙 핸드백」이다. 온통 나라를 뒤흔든 사건이 우스개 상품까지 만들어 냈다.이번 비자금 사건은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에 이어 나라 망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 절정을 보여 준다. 신문방송은 몇주째 계속 국민 가슴을 멍들게 하는 어두운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을 살고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가득 찬 욕심이 빚어낸 결과로서 한두 당사자만 비난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보는 사람들의 눈은 편향된 모습이 뚜렷해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지 의심스럽다.
언론보도는 온통 비자금 액수와 관련인사의 얼굴에만 쏠려 있다. 그래서 어느 기업이 얼마를 내고 어떻게 돈세탁을 해서 어디에 감췄는가를 찾는데 열심이다.
지난달 22일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소비자의 눈으로 이 사건을 보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고 권력자의 검은 돈이 우리 삶의 기본 질서를 파괴한 아픔을 이 성명은 지적하고 있다.
『정치자금은 소비자의 돈이 기업을 거쳐 정치권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소비자의 돈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드러난 돈의 액수보다는 이 음성적인 돈의 거래 자체가 소비자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합리적인 소비자의 선택을 막는 관행이라고 본다. 바로 이런 관행이 부실공사, 환경파괴, 부당한 가격, 부정 불량상품의 양산을 가져왔던 중요 변수로 보여진다』
결국 기업이 바친 돈과 국방 건설 예산을 빼먹은 돈은 소비자에게 전가되게 마련이고 4,000억원의 막대한 돈은 소비자에게서 나왔다.
소비자는 언제나 봉이었다. 정치권과 기업이 검은 돈을 주고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은 정보를 공개시키는 것 뿐이다. 언제쯤 우리 정치권과 기업이 예산 책정과 상품생산에 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보여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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