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에이어 올 연극인 스기무라도/“훈장의 무게가 연기 짓누른다” 이유일본 연극계의 산 역사로 통하는 스기무라 하루코(삼촌춘자·86)가 지난 3일 문화의 날을 맞아 수여된 문화훈장을 거부했다. 일문화계 최고의 영예인 문화훈장을 거부한 것은 69년 고구마가이 모리가즈(웅곡수일·화가)와 지난해 오에 겐자부로(대강건삼랑)에 이어 세번째다.
1927년 데뷔, 「평생현역」을 목표로 지금도 무대에 오르고 있는 스기무라의 훈장거부는 특별히 거창한 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진보적 인도주의자인 오에의 훈장거부는 「훈장이 함축하는 국가주의의 색채가 싫어서」였다. 스기무라의 거부는 「일본화단의 선인」으로 통했던 구마가이의 「자유혼의 손상 우려」에 보다 가깝다. 가부키(가무기)등 전통무대예술에 대한 정부차원의 관심편중 때문에 신극역사상 첫 문화훈장 수여자로 선정됐는데도 일생일대의 영광을 반납한 것은 「그저 죽는 날까지 연기만으로 무대에서 승부하고 싶은」까닭이었다. 그는 『선정소식은 무척 기쁘다』면서도 『훈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무대에 서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훈장이 상징하는 권위는 연기자 자신과 관객에 연극외적인 고려를 강요한다. 스기무라는 그런 군더더기가 끼어들어 연기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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