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준 기업은 누구나 대상” 강경/정태수 회장 조사서 성과 못얻어/“수뢰증거 확보까지” 방향 전환굵직한 기업체 총수들이 잇달아 검찰에 소환되면서 재계수사의 파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으로 시작된 소환대열은 7일의 동부 진로 한일그룹에 이어 8일에는 현대 삼성 LG 동아 대우 롯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떠한 명목이든, 또 자금제공 액수에 관계없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돈을 준 기업들은 빠짐없이 소환될 것 같은 분위기다.
검찰의 태도는 단호하다. 또 무엇엔가 쫓기는 듯 급박하기도 하다. 7일 소환에는 진로그룹 장진호 회장만 응했고, 한일그룹 김중원 회장과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은 각각 해외및 지방출장을 이유로 출두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일의 김회장에게는 조기귀국을 종용했고,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동부의 김회장은 출국금지조치했다.
한술 더 떠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배종렬 전 한양그룹 회장은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최소한의 소환과 최소한의 사법처리」일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대체적인 관측을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6일 장회장등 3명의 소환을 발표하면서 『노씨 비자금조성에 관여한 인물들로서 지금까지 확인된 기업인의 일부』라고 밝혔다. 또 『조사순서는 금액의 다과나 뇌물성 자금제공 여부와는 무관하다』면서 『수사편의상 무작위로 선정된 기업인일뿐』이라고 강조했다.
안강민 중수부장도 이날 선별기준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기준이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검찰은 여러 방법으로 노씨에게 자금을 제공한 기업을 확인했고, 그 수는 지금까지 10여개 이상이지만 더 늘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방법은 계좌추적을 비롯, 노씨와 이현우 전 청와대 경호실장 등의 조사 등이다.
또 확인된 기업은 모두 순서에 관계없이 소환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재계수사와 관련, 『노씨 비자금 조성과정의 불법성 여부를 가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곧 수사의 초점은 수뢰혐의를 밝히는 것이다. 대기업 총수를 물증없이 소환하는 것은 성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하루에 재계서열 톱랭킹에 드는 6개 그룹 총수를 소환, 조사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한보 정총회장 조사에서 노씨의 비자금을 실명전환해준 혐의 외에 뇌물제공혐의에 대해서는 「자백」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정총회장의 예금계좌에 대한 자금추적이 진행중이나 당일 조사는 사실확인수준에 그친 셈이다.
검찰이 8일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제공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들 기업의 총수들을 상대로 자금의 성격이 「뇌물」이냐, 아니냐를 당장 가려낼 수 있을지는 단언하기 힘들다. 검찰은 지난해 6공비리 내사에 참여했던 김성호 부장검사 등 3명을 차출, 수사팀을 보강해 총력을 펄치고 있다.
아뭏든 9일에도 또 다른 그룹회장들이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뇌물제공자를 확인하지 못해 관련 기업을 모두 소환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난해 내사과정에서 확증한 혐의를 확인하는 것인지는 현재로서 불투명하다. 검찰은 노씨의 수뢰혐의를 명백하게 밝혀낼 수 있을 때까지 재계수사를 계속할 것은 분명하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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