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만들기 파트너 잃고 자치정부도 파산/암살위협에 라빈장례도 불참 “곤욕”야세르 아라파트(66)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심지어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총리의 암살 이후 다음 표적은 아라파트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라빈의 암살은 그의 위상에 큰 상처를 입혔다. 라빈의 죽음으로 그가 가장 공들여왔던 중동평화협상의 한 축이 무너졌다. 그는 각국 지도자들이 운집한 라빈의 장례식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극단주의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참석치 못했다.
「적과 동지」관계였던 두사람은 93년 팔레스타인자치협정을 체결, 이듬해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한 중동평화의 주역이다. 그러나 국내적으로는 두사람 모두 극우세력들로부터 민족을 팔아먹은 「배신자」라는 거센 비난과 테러위협에 시달려야했다.
이스라엘 극우세력의 반발이 결국 라빈총리의 암살을 낳았지만 아라파트가 처한 상황도 결코 나을 것이 없다. 아라파트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불만은 거의 폭발지경이다. 지난해 5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열렬한 기대속에 자치정부가 출범했지만 자치는 말뿐이고 경제부흥의 청사진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치정부는 지난 5월 공무원 월급을 지급한 뒤부터 파산상태다. 실업률은 무려 50%를 넘어섰다. 서방의 지원은 당초 약속의 30%에 못미치는 2억5,000만달러에 불과하다.
거의 절대적이었던 주민들의 지지와 오랜 망명생활로 베일에 가려있던 아라파트의 신화적 이미지는 냉엄한 현실 앞에서 깨져가고 있다. 지난해말에는 가자지구 회교사원에서 있은 지하드(성전) 지도자 장례식장에서 과격파에 의해 두건이 벗겨진채 사원밖으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아라파트는 그동안 여러번의 암살위기를 모면했다. 사실 서방 전문가들은 암살은 라빈총리가 됐지만 아라파트의 생명이 더 위험한 것으로 점쳐 왔다. 라빈총리의 암살로 평화협상이 지연된다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좌절감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반대로 협상이 잘 진척되더라도 극단주의자들의 불만은 증폭될 게 분명하다. 아라파트는 6일 기자회견에서 『라빈의 암살 이후 생명의 위험을 느끼느냐』는 질문을 받자 웃으며 『나는 신을 믿는다』라고 답했다. 그의 말대로 신이 정말 그가 성공적인 중동평화협상을 통해 진정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실현하도록 잘 보살펴줄지 궁금하다.<조상욱 기자>조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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