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되돌리고 국정쇄신 「비장의 처방」/기대만큼의 효과 가져올지는 미지수7일 프랑스 내각의 총사퇴는 민심이반으로 벼랑끝에 몰린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알랭 쥐페 총리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내놓은 난국수습용 카드이다. 거듭된 정책오류와 정부내 불협화음등 안팎의 실정으로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민심을 돌리고 국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비장의 처방인 것이다.
시라크 정권은 지난 5월 출범이후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연속적인 국정 혼란을 겪었다. 신정부가 정식출범하기도 전에 시라크 대통령과 쥐페 총리는 똑같이 파리 시장및 부시장 재직시절의 아파트 특혜임대 스캔들로 이미지에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이같은 도덕성 문제에 더해 대내외 정책의 오류가 연발, 시라크 정권은 나라 안팎으로부터 지탄을 받아왔다. 핵실험 재개로 들끓은 국제여론이 국내로 번져 시시비비가 일고 알제리 회교 과격파에 의한 연쇄 폭탄테러가 잇따라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진 상태다.
특히 경제사회정책에서 선거공약과 정면배치되는 정책들을 마구 쏟아내 국민들사이에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 급속도로 증폭됐다. 세금을 줄이겠다는 감세공약은 오히려 증세조치로 뒤바뀌었고 적정임금 보장 약속은 내년도 공무원 임금동결로 둔갑했다.
지난 8월 알랭 마들랭 경제재무장관의 사임에서 드러났듯이 그밖의 각종 경제개혁 공약들이 정부내 불화로 엉거주춤한 상태다. 또 지난달에는 공무원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국민 과반수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10년만에 최대규모의 총파업을 단행, 시라크 정권에 커다란 타격을 가하기도 했다. 내년도 임금동결 조치에 항의한 이 총파업은 정부에 대한 경고용으로 하루에 그쳤지만 아직도 타협이 이뤄지지 않아 앞으로 제2, 제3의 총파업으로 이어질 불안정한 위험요소로 남아 있다.
이같은 실책의 연속으로 민심이 정권에 완전히 등을 돌려 시라크와 쥐페에 대한 국민지지도는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갤럽과 렉스프레스가 공동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 10월말 현재 시라크에 대한 지지율은 취임당시 52%에서 31%로, 쥐페는 54%에서 29%로 곤두박질쳤다. 이에따라 시라크 대통령은 연이은 TV방송 회견등을 통해 대국민 설득과 지지호소에 나섰으나 민심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아 고심해오다 이날 내각 총사퇴 카드를 구사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이번 내각 총사퇴 카드가 시라크의 기대한 만큼 효험을 가져다 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각종 정책오류의 최종 책임자인 쥐페총리가 내각 총사퇴에도 불구하고 총리직에 유임돼 그 의미가 반감됐기 때문이다. 시라크가 지난 10여년간 가장 아껴온 참모이자 정치적 의리로 맺어진 쥐페를 이번에 과감히 물러 앉히지 못한 것이 향후 시라크가 정국을 운용하는데 여전히 큰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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