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의 흉탄에 서거한 고 이츠하크 라빈(73) 이스라엘총리와 그의 뒤를 이은 시몬 페레스(72)총리대행.한살 터울의 두 사람은 이스라엘 노동당을 지탱하는 두기둥이면서도 숙명적인 라이벌이었다. 「동지」이자 「정적」인 두사람의 기이한 인연은 우리 야당사의 양 김씨관계를 무색케한다. 라빈이 총리로 재임했던 지난 74년 페레스는 그 밑에서 국방장관을 지냈고 10년뒤 페레스가 총리직에 올랐을때는 반대로 라빈이 국방장관을 맡았다. 이후 92년 총리직을 되찾은 라빈은 페레스를 외무장관으로 기용했다. 신기한 「인생유전」이다.
각각 두차례씩 총리직에 올랐던 두 사람은 결코 우의나 호감을 바탕으로 한 밀착관계는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강한 승부의식이 두사람의 관계를 지배했다. 그런데도 두사람이 노동당정권때마다 상하관계속에 「2인3각」을 해온 것은 노동당내 복잡한 역학구조가 두사람을 그렇게 얽어맸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경쟁의식은 대단했다. 92년 노동당 당수경선때는 육박전 직전까지 간 적이 있으며 94년 노벨평화상 선정때는 선정위원회에서 라빈―페레스와의 관계를 고려, 막판에 페레스를 공동 수상자로 포함시켰다는 후문도 있다.
하지만 두사람은 일단 국익을 놓고는 사사로운 경쟁의식을 접어두었다. 총리가 됐건, 그밑에 장관이 됐건 나라 일에는 한 몸이 되려고 노력했다. 76년 엔테베 구출작전과 93년부터 추진된 중동평화협상과정에서 보여준 두사람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이를 입증한다. 페레스는 정치 라이벌의 비극적 죽음앞에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라빈이 피살직전 평화집회에서 자신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세계가 변했고 중동에도 평화가 왔다. 또한 우리 두사람 사이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우리 정치는 언제나 라빈―페레스같은 진정한 정치 라이벌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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