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매듭 가능할까” 여권촉각/“오래끌수록 총선에 악재” 신경/“미봉땐 정국돌파 난망” 우려도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이 조기수습될 것인가. 검찰의 수사행보가 빨라지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조기수습여부에 집중되고있다. 여권핵심부의 의중이 검찰에 전달됐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수사의 물리적 한계때문에 기대만큼 빨리 매듭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있다.
이번 파문의 조기수습은 정부와 민자당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청와대도 다르지 않다. 다만 『철저한 진상규명』이라는 단서가 붙어있기때문에 어느 누구도 수습의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의 실무적 능력이 이를 뒷받침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자당의원들은 조기수습의 필요성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수사를 확대하고 대기업 총수들을 줄줄이 소환할 경우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조기수습을 주장하는 민자당의 이면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것같다. 비자금파문이 확산될수록 여당의 감표요인이 늘어난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야 모두에게 흙탕물을 묻히는 「확전」을 하지 않을 바에야 조기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함께 구여권인사들은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는 상황도 우려한다. 아무리 정치적 득실을 따져보아도 득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자당의원들은 재벌총수들의 무더기소환과 금진호 의원에 대한 수사를 지켜보면서 여권핵심부의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있다. 이같은 발빠른 움직임을 조기수습의 가닥이 잡혀가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당지도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조기수습이라는 표현자체가 야권에게 「축소수사」라는 공세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조기수습 주장은 여권이 비자금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있는 상태에서 사법처리의 시점만 저울질하고 있다는「오해」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자당 당직자들이 거듭 『검찰수사를 지켜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사실 보통범죄의 경우에는 혐의사실 일부만 드러나도 일단 구속한 후 수사를 계속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특수한 경우이다. 전직대통령이 당사자라는 특수성뿐만 아니라 비자금의 조성및 사용내역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검찰이 최소한 비자금 5천억원의 조성경위를 어느 정도 밝혀야 사법처리를 하고 사건을 매듭지을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여권의 입장이다. 진상규명이 미흡할 경우 사법처리만으로는 현재의 정국을 돌파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있다. 게다가 여론은 의혹이 증폭되고있는 부동산과 해외은닉재산에 대해서도 납득할만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는 13일로 예정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오는 17일 김영삼대통령의 방일을 변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사인 이번 사건에 외생변수가 개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만 여권 고위인사들은 검찰이 민자당을 포함한 여권전체의 조기수습모색 분위기를 읽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정광철 기자>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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