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발표에 밤새 충격·술렁/“예상밖” 반응속 “혐의뭔가” 촉각/임원들 급거귀사 비상근무 부산검찰이 소환대상 기업인을 발표한 6일밤, 해당 그룹은 물론 재계는 크게 술렁거렸다.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에 이어 2차 총수소환대상으로 한일 진로 동부 등 3개그룹이 발표되자 이들 그룹의 고위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의외다. 소환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준비를 위해 서둘러 사무실로 되돌아갔다. 이들 그룹은 검찰이 『소환대상 기업은 뇌물성 여부나 제공금액의 다과에 관계없이 선정됐다. 계좌추적을 통해 제공사실이 확인된 그룹으로 이해하면 된다』는 발표에 다소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그룹들은 그러나 2차소환대상으로 결정된 그룹들이 모두 자산순위 20위권이하의 그룹인 점을 중시, 『검찰이 자금의 색깔에 따라 선별수사하겠다던 기본 방침을 변경한 것 아니냐. 검찰의 소환이 불규칙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오히려 더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일그룹은 미국에 출장중인 김중원 회장에게 급히 연락을 취해 검찰의 소환사실을 알리고 김정재 부회장을 김회장 대신 검찰에 출두시키기로 결정. 한일그룹 이결 전무는 『김영삼 대통령을 수행, 캐나다를 방문했던 김회장은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무르며 전자교환기공장 건립을 추진중』이라며 『11일께 귀국할 예정이어서 부득이 김부회장이 검찰에 대신 출두하게 됐다』고 설명.
이전무는 『한일그룹은 노전대통령과는 소원한 관계였다』며 『명절때 떡값정도 주었을지는 모르지만 실명제위반 뇌물공여등에는 관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무는 또 『한일그룹은 30대그룹가운데 후미에 있는 소그룹으로 6공시절 특혜를 받은 바도 없기 때문에 일부 자금제공 사실이 있었더라도 경미한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며 『검찰에 소환된다고 해서 부도덕한 기업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진로그룹은 장진호 회장의 검찰소환 방침과 관련, 『6공특혜를 받은 적이 없는데다 20대그룹안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중견그룹에 불과한데 소환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장회장 소환이 전혀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장회장의 소환사실을 몰랐던 그룹임원들은 이날 퇴근길에서 라디오를 통해 장회장 소환소식을 듣고 회사로 급히 돌아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동부그룹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반응. 그룹 관계자들은 언론을 통해 김준기 회장의 소환사실을 전해듣고 부랴부랴 대책을 숙의. 그룹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전혀 뜻밖이다. 검찰이 잘못 발표한 것 아니냐. 6공기간에 정부로부터 받은 이권사업도 전혀 없다. 사실 노씨비자금사건과 관련, 다른 그룹들의 움직임을 강건너 불보듯 했다. 퇴근시간까지 그룹내에서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며 전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였다.
○…노씨의 동서로 비자금조성 및 실명화 알선의혹을 받아온 민자당의 금진호 의원측은 이날 검찰소환 소식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당혹해 하면서도 『검찰에 출두해 떳떳하게 결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금의원의 한 측근은 『우리는 현재까지도 소환이유를 알지 못한다』면서 갑작스런 소환요구에 의아해 했다.
금의원은 이날 줄곧 자택에 머물다 하오 늦게 저녁식사를 한다며 외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집을 지키고 있던 금의원의 비서는 『금의원이 가족들과 함께 저녁에 외출했다』고만 말한 뒤 일절 언급을 피했다.<이종재·유승호·김동국 기자>이종재·유승호·김동국>
◎돈준기업·액수 일부확인/여타 관련 업체도 수일내 윤곽 드러날듯/노씨 빠르면 주말께 재소환 가능성 커져
검찰의 재계수사가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재계에 대한 본격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7일중 한일 동부 진로등 3개 그룹의 회장과 부회장 및 금진호 민자당의원을 소환, 조사키로 했다. 안강민 대검중수부장은 6일 『그룹총수들은 노전대통령 비자금조성에 관여한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확인된 기업인의 일부』라고 밝혔다. 이는 노씨 비자금 사건과 관련된 기업체가 더 있으며 이들 역시 조만간 소환될 것이라는 얘기여서 빠르면 이번 주중에 비자금 조성에 관련한 기업의 윤곽이 대체로 드러날 전망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7일 소환되는 기업인은 수사편의상 무작위 순서로 부른 것이며 금액의 다과나 뇌물성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뇌물성여부에 관계 없이 비자금을 제공한 상당수 기업을 순서없이 소환, 조사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지 않다.
우선 안부장은 이날 상오 브리핑에서 『계좌추적에서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성과란 노씨의 계좌에서 특정 기업체의 돈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의 초점은 노씨의 비자금조성에서의 불법성 여부, 곧 뇌물수수를 규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성과」는 노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기업과 정확한 액수를 확인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7일부터 소환되는 기업인들은 이 범주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재계인사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노씨의 재소환은 빠르면 이번 주말이나 늦어도 내주중반까지는 이루어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노씨의 2차 소환시기는 그 자체가 이번 사건의 처리방향에 대한 잣대가 될 수 있다. 검찰은 그간 『계좌추적에만 2∼3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수사장기화를 공언해왔다. 하지만 재계수사가 급진전할 경우 노씨와 7일 소환되는 금진호 의원을 포함한 주변인사 및 친인척비리에 수사력을 집중, 혐의를 특정하고 곧바로 노씨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정희경 기자>정희경>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