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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자금책들이 바빠졌다/총수 비자금 도맡아 관리“최고실세”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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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자금책들이 바빠졌다/총수 비자금 도맡아 관리“최고실세”꼽혀

입력
1995.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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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대상 30대 그룹 “공신·역신 갈림길에”노태우 전 대통령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주요그룹의 자금책(자금담당임원)들이 갑자기 「뉴스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총수를 소환하기에 앞서 해당그룹의 자금책을 먼저 소환하고 있다. 한보그룹의 경우도 정태수 총회장이 소환되기 하루전에 주규식 전무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의 비자금관련 기업인 소환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나는 한보처럼 총수와 자금책을 모두 소환하는 케이스다. 다른 하나는 총수는 부르지 않고 자금책을 소환하는 경우다. 떡값차원에서 돈을 준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검찰은 총수 소환은 가급적 줄일 방침이다. 대신 자금책들은 모두 불러들일 계획이어서 30대그룹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자금책들이 검찰소환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소환을 앞두고 있는 각 그룹의 자금책들이 요즘 눈코 뜰새없이 바쁜 것도 이 때문이다. 자금관리는 기업경영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업무인 관계로 그 일을 담당하는 자금책은 「총수의 분신」또는 직함에 관계없는 「최고 실세」로 통한다.

자금책들의 공식적인 업무는 그룹자금관리지만 그들의 진짜 고유업무는 총수의 비자금관리다. 정치자금 거액커미션 뇌물 사채관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들은 돈세탁도 직접 할 때가 많고 때로는 이중장부를 작성·보관하기도 한다. 총수와 그룹의 속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관계로 총수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주요그룹의 사장중에는 자금책을 거친 임원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그룹은 퇴직후까지 특별관리해 준다.

자금책은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간에 총수와 운명을 같이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은 이번 노씨 사건을 잘 넘기느냐 못 넘기느냐에 따라 공신과 역신으로 갈리게 되어 있다. 검찰에 소환되어 자칫 말 한마디라도 잘못했다가는 그룹과 총수에게 회복할 수 없는 화를 안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금책들의 검찰소환은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노씨의 2차소환에 앞서 비자금조성규모 파악과 뇌물수수에 대한 물증확보에 우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총수소환대상 기업의 자금책들은 일요일인 5일까지 준비를 마쳤다.

자금책들이 이번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겪고 있는 또다른 어려움은 모든 업무를 혼자 준비해야 한다는데 있다. 일의 성격상 부하들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 모그룹의 자금담당임원은 『검찰소환에 대비해 옛날 장부까지 모두 꺼내 소명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며 『상황의 진전여하에 따라서는 그룹과 자신의 운명을 가름할 수도 있어 초조하다』고 말했다.<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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