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 문제이후 정국 수순 숙고”/“사법처리 더이상 고민 아니다”/전열정비·총선대책 손질 관측김영삼 대통령은 1박2일의 당초 청남대 일정을 하루 늦춰 6일 상오 청와대로 돌아왔다. 청와대측은 『몸이 편찮은 영부인이 청남대에 계속 있겠다고 하자 대통령도 하루 더 머무른 것』이라며 별다른 의미부여를 하지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평소 측근들이 『김대통령에게는 휴식이라는 단어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쉰다는 말을 듣는 것을 싫어하는 김대통령이 월요일 상오까지 「주말휴식」을 연장했다는 것은 그만큼 김대통령의 청남대행이 예사롭지 않았음을 반증하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사건으로 온나라가 시끄러운 때에 김대통령으로서는 비단 이번 사건의 처리뿐 아니라 내년 총선까지를 대비한 향후 정국운영에 관해 나름대로 입장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김대통령은 지난주초 민자당 당직자들과의 조찬간담회이후 이번 사건에 관한 직접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처리, 구체적으로 노씨의 사법처리문제에 관한 김대통령의 기본적인 입장은 이미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노씨의 부정축재로 성격규정하고 『검찰의 엄정수사를 통해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노씨문제의 처리에 관한 입장은 밝힌 셈이다. 오히려 김대통령의 침묵은 노씨문제에 대한 고민때문이 아니라 이번 사건의 사법처리를 매듭지은 이후 15대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밟아가야할 수순에 대한 숙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승수 비서실장이나 이원종 정무수석, 김영수 민정수석등 핵심참모들도 한결같이 김대통령의 침묵에 맞추어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 수석은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어떠한 얘기도 하지않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다른 수석은 『김대통령은 구체적인 검찰수사상황에 관해서는 챙기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들로 미루어 김대통령이 이미 던져놓은 「부정축재」라는 화두에 따라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기때문에 노씨의 처리문제등은 시간이 필요할뿐이지 더이상 청와대의 고민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추측케해 준다.
사실 이번 사건은 15대 총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예기치않게 튀어나온 것이어서 김대통령으로서도 총선전략을 재검토하지않을수 없게 됐다. 물론 김대통령이 당내의 동요를 막기위해 『5,6공 인물들도 노씨에 대해 똑같이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6공 단절론」을 일축, 구여권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6공과 단절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된 정치행태를 바로잡자는 것』이라는 청와대측의 말대로 내년 총선을 단순히 화합의 기조로만 끌고가기는 어렵게 돼있다. 더구나 92년 대선자금문제를 들어 집요한 정치공세를 펴고 있는 야당과 선거전에서 맞상대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하게 개혁의 강도를 높여야 할 상황이다.
「비자금 정국」을 헤쳐가기위한 김대통령의 해법은 아직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않다. 일단 장쩌민(강택민)중국국가주석의 방한, APEC정상회의 참석 등 굵직한 행사가 지나가고 노씨에 대한 사법처리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는 기다려야할 것같다.
또 김대통령의 정국해법이 우선 정기국회가 끝날때로 예상되고 있는 대대적인 당정개편에서 가시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연말 개편이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거리이다.<신재민 기자>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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