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다른 국정도 살피자(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다른 국정도 살피자(사설)

입력
1995.11.07 00:00
0 0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박계동 의원이 폭로한 이후 지금까지 온통 나라 전체가 노태우 전대통령의 부정축재 사건으로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하다. 오늘로 20일째다.엄청난 규모의 정치자금 사건이라 정계가 발칵 뒤집혀진 것은 당연하다. 공사간에, 많든 적든, 직간접으로 관련자들이 가장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당인 민자당은 바로 집안일과 다름없는 것이어서 연일 시달려 왔고 야당인 국민회의나 자민련도 충격파를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을 준 기업들도 지금 긴장속에 떨고 있다. 재벌총수에 대한 본격 수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의 반응은 분노와 허탈 바로 그것이다. 국민 감정이 극도의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이 사건을 처음 터뜨린 국회도 와글와글 하기는 마찬가지다. 행정부도 여기에 관심이 쏠려 일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언론도 3주 가까이 거의 이 사건만 보도했다. 이와 관련한 신조어 유행어가 나왔고 고스톱까지 신종이 등장했다. 나라와 국민이 모두 노태우 열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그럴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검찰의 수사를 예의 주시하면서 각자가 본연의 임무를 챙기고 주변도 살펴야 할 것 같다. 거기서 눈을 떼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 사건 이외에도 많은 현안들이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 사건에 몰두해서 흥분하다가 보니 혹시 국정의 다른 분야가 소홀히 취급되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이다.

각급 행정기관의 민원 업무는 국민의 불만을 사고 있지나 않은지. 추곡수매를 비롯하여 정부의 민생정책은 차질없이 시행되고 있는지. 얼마 전에는 북한 무장간첩까지 침투해 국민을 불안하게 했는데 안보전선에는 이상이 없는지.

언론 보도를 보고 듣고 있노라면 지금 열리고 있는 정기국회도 부정축재 사건에 대한 추궁 일색인 것 같은데 새해 예산안 심의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국민의 시선이 다른 데로 집중된 틈을 이용해 졸속 심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예산안 이외에도 중요한 안건들이 많은데 이들 역시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국회 일정은 현재까지 예정대로 순항하고 있다니 다행이나 이 사건으로 다른 분야의 의정활동이 소홀히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번 국회는 벌써 종반으로 접어 들기 때문에 마무리를 잘 해야 할 것이다. 부정축재사건 자체에 대해서도 떠들다가 그칠 게 아니라 법적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이 없는지 잘 살펴서 마무리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냉철한 눈으로 노전대통령에 대한 처리가 올바르게 되고 있는지 똑똑히 살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