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돈세탁금지법 등 제정 주장/정부,“자발적인 개혁 유도” 맞서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이 정부와 정치권간의 정책 공방을 낳고 있다.
노씨의 비자금을 밝혀내는데 실명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정부나 정치권 모두가 인정하고 있지만 그 이후 전개과정에서 나타난 몇가지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여당, 야당이 커다란 시각차이를 보이고 있다.
쟁점으로 떠오른 사항은 ▲비밀보호조항 완화등 금융실명제 보완 ▲돈 세탁 금지법 제정 ▲재벌정책등 크게 3가지다.
실명제의 정착을 위해 금융거래에 대한 비밀은 보장되어야 하나 금융기관 직원이 불법·변칙적인 자금임을 뻔히 알면서도 입을 다물어야만 하느냐는 것과 돈 세탁을 적극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같은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파문을 계기로 정부의 재벌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비밀보호조항 완화와 돈 세탁 금지법 제정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모두 불법또는 변칙적으로 조성된 자금이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깨끗한 돈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자는 의도이다. 민주당이 지난해말 국회에 제출한 「부정자금유통거래 방지법」이나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입법내용도 이와 비슷하다. 민자당도 돈 세탁 금지법을 제정하거나 형법을 개정해 그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미국등 선진국은 관행적으로 실명제가 실시되어 있어 별도의 돈세탁 금지법이 필요하고 아시아 각국은 마약자금등이 문제라며 우리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야당등 정치권 및 시민단체들은 재벌정책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재벌구조아래서는 몇몇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 처벌을 한다고 해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정치자금의 양성화와 공정거래의 틀을 강화해 검은 돈 거래를 없애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한 게임의 장을 만들고 엄격히 규칙을 적용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벌 스스로가 개혁을 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경제행정에 있어서는 「경제논리」와 「윤리」가 대립할 때 경제논리를 앞세워야 한다』며 『윤리적인 측면만이 너무 강조될 경우 경제는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기 쉽다』고 말했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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