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스 추도사 눈물의 긴급 각의/「국민 애도일」 선포… 극우파 “냉담”이츠하크 라빈 총리의 암살에 이스라엘은 충격과 비탄, 분노에 휩싸였다. 그가 암살당한 텔아비브시청 앞 광장과 숨을 거둔 이칠로프 병원 밖에서는 촛불이 밝혀진 채 추도 집회가 열렸으며 각료들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스라엘의 모든 학교들은 5일 총리를 추도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일부 극우세력은 총리의 죽음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라빈 총리가 암살된지 수시간 후 열린 긴급각의에서 총리자리에는 검은 천이 씌워진 빈 의자가 놓였다. 시몬 페레스 총리 대행이 추도사를 하는 동안 각료들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비통해했다.
그는 『총리가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는 평화의 노래였다』며 『우리의 귀에 울리는 그 노래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고인을 추도했다.
○…라빈총리가 저격당하는 순간 광장은 혼돈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시민 수백명은 이칠로프 병원으로 달려가고 다른 수백명은 광장에 남아 총리가 무사하길 빌며 촛불기도를 올렸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군중들은 총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야세르 아라파트 PLO의장은 라빈총리의 부인 레아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라빈총리가 암살된데 대해 「충격과 슬픔」을 느꼈다며 위로했다.
아라파트 의장은 또 총리대행을 맡게된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이 아라파트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책을 논의했다고 나빌 아부 루데이네 아라파트의장 보좌관이 전했다.
○…노래를 못해 대중앞에서 노래하기를 꺼렸던 라빈총리는 연설직후 군중들이 평화의 노래를 합창하자 기쁜 표정으로 함께 노래했다. 라빈총리의 부인 레아여사는 남편의 시신옆에서 『평화의 노래는 대중들앞에서 총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였다』며 흐느꼈다.
○…이스라엘의 일부 극우파들은 총리의 죽음에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라빈의 죽음이 알려지자 이칠로프 병원 밖에서는 일부 극우 청년들이 『라빈이 죽었다』고 환성을 지르며 시위를 벌이려다 경찰에 해산되기도 했다. 한 극우분자는 『이번 일엔 찬성 안한다. 그러나 성경에서 벗어나면 이런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비상각의는 5일과 6일 이틀간을 고라빈 총리의 국민애도일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모든 정부기관은 반기를 게양하고 유흥업소가 문을 닫으며 전국의 각급학교도 하룻동안 임시 휴교한다고 이스라엘 방송은 보도했다.<텔아비브 외신="종합">텔아비브>
◎라빈 피격순간
4일 밤 10시10분. 중동평화 지지 집회가 열리고 있던 텔아비브 시청 앞 「왕들의 광장」. 라빈총리가 연설을 마치고 만면에 미소를 띤 채 환호하는 10만 군중에 손을 흔들며 시청계단을 내려왔다. 대기해있던 승용차앞에 선 라빈총리는 다시 한번 손을 들어 환호에 답했다.
막 승용차에 오르려는 순간 어둠속에서 3발의 총성이 울렸다. 불과 수미터 거리에 있던 군중들 맨 앞쪽에서 날아온 총알은 정확히 총리의 가슴과 복부에 명중했다. 총리가 힘없이 승용차옆으로 쓰러졌다. 경호원들이 총리를 부축한 것과 범인 아미르를 벽으로 몰아붙여 제압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오고 순식간에 축제의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총리의 가슴과 배는 흘러나온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인근 이칠로프 병원으로 옮겨진 총리는 피격 1시간만인 하오 11시10분 수술대 위에서 숨을 거두었다.<오미환 기자>오미환>
◎각국 반응/클린턴,깊은 애도 “예루살렘 장례 참석”/팔 과격파 환호 “다음은 아라파트” 경고
「중동평화의 건축가」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에 접한 세계각국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놀라움과 슬픔을 표명했으나 레바논등 반이스라엘 진영에서는 환호하는 등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TV연설을 통해 눈물까지 비치며 깊은 애도를 표명하고 『라빈 총리는 항구적인 중동평화를 이루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해왔다』며 『중동평화는 라빈 총리의 마지막 유산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대통령은 「동반자이자 친구였던」라빈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떠날 준비를 할 것을 지시했다.
조지 부시, 지미 카터, 제럴드 포드 전대통령들과 알츠하이머병을 앓고있는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 대신에 그의 부인 낸시여사등도 조문 사절단에 참가할 예정이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장은 『용감한 이스라엘 지도자에 대한 추악한 범죄』라며 충격과 슬픔을 나타내고 『라빈의 가족,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요르단 이집트등 대부분의 중동국가들도 『배반의 총탄에 간 라빈총리는 위대한 지도자로서 항상 기억될 것』이라며 『비극적인 그의 죽음으로 중동평화노력이 위축돼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과격무장단체들과 레바논 주민들은「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축제분위기였고 이란은 관영IRNA통신을 통해 『국가테러주의자(라빈)의 죽음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응분의 대가』라고 논평했다.
레바논의 베이루트와 시돈등 대도시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자동차의 경적을 울리며 시내를 질주했고 특히 반이스라엘 단체 헤즈볼라의 본거지인 베이루트남부 외곽에서는 축제의 불빛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팔레스타인 과격 무장단체 「회교 지하드」의 지도자 라마단 압달라 샬라흐는 『이스라엘의 모든 지도자들이 살해될 때까지 보복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중동평화협상에 반대해온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은 『다음 차례는 아라파트』라고 경고했다.<워싱턴·런던·암만·베이루트 외신="종합">워싱턴·런던·암만·베이루트>
◎이스라엘 총리대행 시몬 페레스/초기 핵계획 입안… 84년 총리직 맡기도
이츠하크 라빈총리의 사망으로 총리대행직을 맡은 시몬 페레스(72)외무장관은 이미한번 총리를 지낸 온건성향의 정치 지도자. 폴란드태생으로 34년 이스라엘에 이주, 미하버드대학에서 유학한 페레스는 59년 국회의원에 당선된뒤 골다 메이어총리밑에서 국방차관을 거쳐 이민장관 공보장관 국방장관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계획을 초창기부터 입안했으며 67년 중동전때는 프랑스로부터 무기공급을 이끌어내 승리에 기여하기도 했다.
77년부터 15년동안 총재로 노동당을 이끌어온 그는 84년 리쿠드당과의 동거내각 당시 25개월간 총리직을 맡았으나 이 기간에 4차례의 총선에서 리쿠드당에 연속 패배해 92년 결국 라빈에게 노동당 당권을 물려주었다. 이 때문에 라빈과는 숙명적인 정치 라이벌 관계.
라빈정부 출범이후 외무장관으로 팔레스타인 자치협상을 이끌어온 그는 이 공로로 라빈,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장과 함께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조재우 기자>조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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