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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비자금 조사­검찰 재계수사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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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비자금 조사­검찰 재계수사 방향

입력
1995.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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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업주 전원소환은 안할 듯/검은 돈 관리·특혜뇌물 등 선별/경제파장 최소화 10여사 초점재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했다.

검찰은 3일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과 배종렬 전한양그룹 회장을 4일 소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환이유는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실명전환해 준 경위(정회장)와 비자금조성에 관여했는지 여부(배전회장)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은 또 노씨의 비자금 실명화 과정에 김우중 대우그룹회장도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회장도 시기가 문제일뿐 소환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처럼 재계에 「칼」을 대기 시작한 것은 노씨에 대한 직접 조사에서 별반 소득이 없어 수사궤도를 수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은 노씨의 「자백」을 얻어 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룹총수들로부터 노씨의 혐의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관심은 수사대상 기업의 범위이다. 검찰은 『잘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말 못하겠다』고 버티는 노씨에게 50대 그룹 명단을 제시하며 수뢰여부를 추궁했었다. 검찰도 6공 당시 노씨에게 어떤 명목이든 자금을 건네지 않은 대기업은 없었다고 보고 있다. 안강민 대검 중수부장은 이날 『이현우 전경호실장이 「노전대통령과 기업주들과의 독대를 주선했다」고 진술했다』면서 기업의 수도 『상당수』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기업주를 모두 소환할지에 대해서는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만 말했다. 모두 소환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실 검찰은 이미 재계수사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 놓았고 기업회장 등 관련자 소환시기등 구체적인 수사일정을 잡는 작업만 남겨놓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밑그림」에 든 기업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50대 기업대표를 모두 소환해 노씨에게 전달한 액수와 명목, 반대급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 물리적, 시간적으로 간단치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설사 혐의를 확인한다고 해도 경제계에 미치는 파장 등을 감안할 때 모두 사법처리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때문에 검찰의 수사는 재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기보다는 뇌물성이 짙어 보이는 몇몇 기업을 우선 조사하는 「선별적인 소환」과 경제계의 피해를 줄이는 「최소한의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노씨의 비자금을 실명전환 또는 관리해 오거나 각종 특혜를 받고 그 대가로 뇌물을 건넨 것이 드러난 기업만 사법처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노씨의 비자금 운용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한보의 정회장과 지난 93년 검찰수사과정에서 거액을 건넨 사실이 확인된 배전회장을 첫 소환자로 결정한 것도 이를 입증한다. 따라서 재계수사는 한보 한양 대우 등 비자금 관리및 은닉에 개입한 기업, 대형국책사업에서 특혜의혹이 제기된 기업, 각종 비리사건과 연루된 기업등 10여개기업에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전경호실장의 3차 조사에서 이들 기업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현상엽 기자>

◎돈 준기업인 처벌법규·조항/「은밀한 성금」도 뇌물공여죄 성립/합의차명 통한 실명전환 사법처리 어려워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6백여억원을 한보상사명의로 실명전환해 준 혐의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게 된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은 합의차명사실만으로는 사법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실명거래등에 관한 긴급명령의 취지가 전주를 확인하는 것보다는 거래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거래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름을 빌려 준 사람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회장이 다른 기업인이 돈을 내도록 주선하는등 노씨의 자금조성에 적극 가담했다면 가담정도에 따라 뇌물공여죄의 공범으로 사법처리가 가능하며 노씨의 지시를 받는 등 교감한 사실이 확인되면 뇌물수수죄의 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돈을 준 기업인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금으로 낸 돈이라고 주장하더라도 현재 밝혀진대로 이현우 전경호실장의 주선에 따라 청와대 내실에서 돈이 건네진 사실이 인정되면 형법상 뇌물공여죄의 적용에 별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성금」의 성격을 대통령 개인이나 특정정당을 위해 써 달라며 「은밀히」 건네는 것이 아니라 수재의연금이나 방위성금처럼 「공개적」으로 공공을 위해 써 달라며 전달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뇌물수수죄가 직무관련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춰 설령 성금으로 인정되더라도 사법처리는 가능하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직무가 국정전반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사업상 특혜등 특별한 대가관계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뇌물로 보아야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돈을 받은 노씨에게는 특가법상 뇌물수수죄가, 돈을 준 사람(기업인)에게는 뇌물공여죄가 각각 성립된다.

뇌물공여죄는 제보자인 점등 정상이 참작되면 불구속등으로 가볍게 처벌하는 경향이다. 특히 기업 총수 여러 명이 한꺼번에 구속될 경우 경제적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점이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비자금조성·관리에 적극 관여해 죄질이 나쁜 1∼2명에 한해 구속등의 처벌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박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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