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미술관 자금력바탕 대형기획전 등 활발/소형사립은 경영난 심화 매각·전업계획 “그늘”재벌미술관 시대에 소형 사립미술관은 설 자리가 없다.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술관을 신설,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반면 영세한 사설미술관들은 경영난악화로 유명무실해지거나 전업을 계획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92년 미술관 등록에 관한 법규정이 완화된 후 문을 열었거나 앞으로 세워질 대기업미술관은 삼성의 호암미술관, 대우의 선재미술관, 선경의 워커힐미술관등 10여곳. 이 미술관들은 개관후 한해에 많게는 7∼8회, 적게는 3∼4회의 대규모 기획전을 열면서 국내 전시회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호암미술관의 경우 올해 운영비만 100억원(작품구입비 제외)에 이르며 94년 작품구입비로 80억원을 지출,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 예산이 10억원이고 작품구입비가 2억원인데 비해 엄청난 투자이다.
그동안 개최한 전시도 장욱진, 조지 시걸, 대고려국보전등 일반화랑이 엄두도 못낼 대규모 기획전 위주였다. 삼성은 또 종로구 운니동 운현궁자리에 대규모 미술관을 건립하고 있다. 92년 설립한 경주선재미술관에 이어 올해 4월부터 선재서울미술관을 운영하는 대우그룹도 전시기획과 작품구입에 수십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그룹도 창업자 김성곤씨의 집터인 신문로부지 2,200평에 성곡미술관을 건립, 8일 개관한다. 미술관측은 현재 연건평 600평 규모인 미술관건물의 정원에 조각공원을 꾸밀 예정이다. 이밖에 금호그룹이 사간동에 미술관을 신축중이고, 일신방직, LG, 대림등이 미술관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미술관들의 대표는 대부분 그룹총수의 부인들이다.
반면 기념관등의 형태로 출발한 사설미술관들은 경영악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익사업을 하지 못해 적자가 누적된데다 정부와 사회의 지원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10월초에는 국내 최초의 사설현대미술관인 서울미술관이 구기동건물을 매각하겠다고 내놓았다. 매년 1∼2회 기획전을 해온 미술관측은 『연간 6억원이상 소요되는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팔기로 했다』고 밝혔다. 81년 개관한 서울미술관은 80년대 현대유럽미술의 전위적 경향을 소개하고 국내 민중미술전시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월전 장우성 화백이 91년 개관한 월전미술관도 격년제로 월전미술상을 주고 수상작가 전시회만 개최하고 있는데도 적자가 늘어 소장품을 팔아 겨우 꾸리고 있는 실정이다. 용인에서 미술관회 회원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국미술관은 회원이 점차 줄어들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술평론가 오광수(환기미술관장)씨는 『대기업들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미술관건립에 앞장서는 것도 좋지만 기왕 있는 미술관 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정부도 지원기업의 세제혜택등을 더욱 확대하고 그림을 담보로 한 은행대출제도를 조속히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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