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범위·정치권 움직임·민심동향 등 연줄 총동원… 증시·언론보도도 촉각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뢰혐의 확인으로 비자금수사의 초점이 「검은돈」을 건네준 기업들에 맞춰짐에 따라 기업의 정보라인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의 존망이 걸려있다시피한 비자금 소용돌이속에서 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비자금관련 정보를 하나라도 더 빨리 수집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자금수사 대상기업의 범위가 어떤 선에서 결정될지, 자기기업에 대해 검찰이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갖고 있는지, 수뢰기업에 대해서는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그룹회장소환은 언제가 될지, 하나라도 놓칠수 없는 시급한 정보들이다. 최고경영진들도 핫라인을 통해 매일매일 정보일선에서 수집되는 정보를 직접 챙기고 있다.
기업정보관계자들은 검찰의 수사진척상황 및 방향, 청와대와 정치권의 움직임은 물론 민심의 동향 파악에 이르기까지 비자금과 관련한 모든 정보들을 수집하기 위해 기존 정보채널을 풀가동하고 있다. A그룹의 정보담당자는 『청와대 검찰 안기부를 비롯, 여야 정치인들과 친인척 관계에 있거나 학연 지연등으로 「줄」을 댈 수 있는 직원들을 총동원, 관련 정보수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삼성 현대 대우 LG등 4대그룹 정보팀은 지난 2일 서울시내에서 비상모임을 가졌다.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교환하고 비자금사건이 재계에 미칠 영향은 물론 이번 사건의 처리방향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등 공조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다.
이중장부작성 대형국책사업의 수주에 따른 리베이트 제공의혹등으로 비자금수사의 핵심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건설업계의 정보전도 치열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상당수 회사들이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직원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수집된 정보 가운데 자사와 관련된 내용을 컴퓨터통신망을 통해 사내직원과 공사현장에 전달해 사원들의 동요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정보관계자들은 특히 정보의 최대유통시장인 증권가에 자기 기업과 관련해 어떤 루머들이 나돌고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가에 한번 소문이 나면 해당기업의 주가는 물론 기업 이미지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는 경우가 많다. 이에따라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여의도증권가에 「정보맨」들을 보내 정보수집활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보관계자들은 현재 증권가에 워낙 많은 루머들이 나돌고 있고 이를 틈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상대 기업이나 정치권에서 나온 음해성 루머들도 유포되고 있어 진위여부를 가려내고 이에대한 해명에도 나서느라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그룹정보팀 정보기관 금융관계자등으로 구성된 「재야 정보팀」에 참가하고 있는 증권사 한 관계자는 『정보활동이 가열돼 정보지의 「설」을 누군가가 확인차원에서 묻거나 말하는 순간 「설」이 「사실」로 둔갑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서울시내 주요기관이나 회사에 중앙일간지 가판(지방판)신문을 배달하는 광화문 가판(지방판)신문배달소는 요즘 한시라도 빨리 언론의 보도내용을 수집하려는 기업들이 보내는 직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 배달소의 한 관계자는 『비자금사건이 터진 이후 회사원들이 신문이 도착하기 전인 하오6시께부터 모여들어 신문이 도착하자마자 주요보도내용을 휴대폰을 이용해 보고하느라 아우성』이라고 말했다.<김병주·서사봉 기자>김병주·서사봉>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