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올리베티사수뢰자 실토 이미지 먹칠 경영위기/일 사가와 규빈사기업 공중분해… 수뢰 자민당 와해/미 웨스팅하우스사비원전 로비수주 정권바뀌자 곤욕정경유착으로 번성한 기업들은 결국 더러운 성장의 모습이 드러나 대부분 몰락의 길을 걷게된다. 그러나 정경유착 커넥션은 뇌물을 제공하는 기업과 거액을 챙기고 기업에 특혜를 베푸는 정치권력과의 이해관계가 교묘하게 맞아떨어져 그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사가와 규빈사건이나 이탈리아의 올리베티사건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정경유착 커넥션이 모두 다른 사건 수사도중 검은 실체를 드러냈던 것도 이때문이다. 특히 군수업체들의 무기구매와 관련된 검은돈 거래는 발각되는 예가 손을 꼽을 정도로 희귀하다. 다나카 가쿠에이(전중영각) 전일본총리를 법의 심판대에 세운 미록히드항공사 뇌물사건은 미상원외교위 다국적기업소위에서 록히드사 간부를 추궁하던 끝에 우연히 터져나온 것이었다.
이탈리아 재계의 거물 카를로 데 베네데티 올리베티사 회장(60)이 정부관리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 정부발주계약을 따내고 있다는 것은 이탈리아 재계에서는 거의 상식으로 통하고 있었다. 그러나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이같은 거액로비설은 막연한 의혹으로 떠돌아 다닐 수 밖에 없었다.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것 같던 정경유착사실은 엉뚱한 데서 튀어나왔다.
재직시의 부패혐의로 수사를 받던 이탈리아 정보기관 시스데의 책임자가 수사기관에서 뇌물수수사실을 실토하면서 불똥이 올리베티사로 튄 것이다.
올리베티사는 이 뇌물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심한 경영난에서 아직 허우적 거리고 있다.
지난해 깨끗한 기업인이라는 이미지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이탈리아총리에 오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벼랑끝으로 몰고간 것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자신이 소유한 피닌 베스트 그룹이었다.
검찰의 끈질긴 수사끝에 피닌 베스트그룹이 91년 회계감사를 하던 세무공무원들에게 1억3,000만리라(약 8만6,000달러)를 뇌물로 주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동생 파올로 베를루스코니가 맡고 있는 보험회사가 세무공무원들에게 1억리라를 준 것도 드러났다. 정경유착의 전형을 보여준 일련의 뇌물사건으로 동생 파울로와 부하직원들은 지금도 감옥에 수감돼 있고 베를루스코니총리는 청렴한 이미지를 크게 손상당했을 뿐 아니라 기업체마저 위기에 봉착해있다.
지난 92년 일본의 집권 자민당을 사실상 좌지우지했던 최대실세 가네마루 신(김환신)부총재를 법앞에 서게 한 기업은 도쿄(동경) 사가와 규빈이라는 대형운송회사다.
이 정경유착은 이 회사 와타나베 히로야스(도변광강) 전사장등 임원진들이 폭력단에게 불법 거액융자, 채무보증을 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던 과정에서 드러났다.
도쿄(동경)지검 특수부는 『자민당 유력인사 10여명에게 21억5,000만엔을 헌금했고 이중 5억엔은 90년 총선직전 가네마루에게 주었다』는 와타나베 전사장의 진술을 토대로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가네마루 부총재를 비롯한 정치인들을 정치자금규정법 위반혐의로 구속할 수 있었다. 그후 일본정계는 38년간의 자민당 지배체제가 무너지고 정계재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일대파란을 겪게 된다. 도쿄 사가와 규빈사는 다른 운송회사에 합병돼 명칭이 바뀌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일본 리크루트사의 정경유착은 아사히(조일)신문사의 독자취재로 밝혀진 특이한 케이스다. 일본 재계의 뉴리더로 각광을 받던 에조에(강부호정) 리크루트사 회장은 86년 계열사인 리크루트 코스모스사 주식을 상장하기 직전 정·관·재계의 유력인사들에게 주식을 싼 가격으로 제공했다. 주식이 공개되면 수십배의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보장성뇌물」이었다. 경찰도 『증거가 없다』며 덮어둔 이 사건을 아사히신문 사회부 특별취재팀은 1년여의 추적끝에 주식을 받은 사람들의 명단을 확보하는 개가를 올렸다. 신문보도내용을 근거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음은 물론이다. 사건의 파문은 엄청났다. 다케시타 노보루(죽하등)총리가 퇴진했고 리크루트사는 재기하지 못한채 사건 발생 4년만에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다이에사로 넘어갔다.
필리핀 마르코스대통령은 노골적으로 기업들에서 검은 돈을 받아 착복하거나 권력을 이용, 측근들을 대기업총수로 앉히는 수법을 썼다.
마르코스의 권력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하게 성장한 대표적인 크로니(측근)기업은 이멜다의 친정인 로무알데스가의 퍼스트 필리핀 홀딩그룹이다. 마르코스가 조성한 비자금의 대부분이 크로니기업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사실에서 측근기업에 돌아가는 특혜가 어느정도였는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사가 70년대 7억달러의 필리핀 원전건설을 수주하기 위해 쓴 뇌물이 5,000만달러에 달했다는 사실이 정경유착의 정도와 규모를 잘 말해주고있다. 웨스팅하우스사는 현필리핀정권과 아직도 마찰을 빚고있는 등 과거 「로비수주」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조희제 기자>조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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