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혐의 드러나자 사법처리 수순 분주/재벌총수 소환대상·일정등은 공개 거부/새벽귀가 노씨 한동안 침상서 못일어나/금진호씨 부부·측근들 위로방문 줄이어검찰은 2일 내주중 노태우 전대통령의 구속방침이 정해지면서 평온한 가운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검찰은 이미 노씨의 소환조사를 통해 노씨가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는 조건으로 뇌물성 자금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사법처리 수순을 짜느라 바삐 움직였다.
▷검찰 주변◁
안강민 중수부장, 이정수 수사기획관, 문영호 중수2과장, 김진태 대검연구관등 수사실무진은 이날 상오9시 출근과 동시에 중수부장실에 모여 노씨 조사내용을 검토하고 향후 수사방향을 장시간 논의했다. 수사팀은 노씨 진술이 상당히 부실하지만 기업체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는 몇가지 단서를 포착하는등 성과도 있었다고 자평하고 기업체 총수및 간부들의 소환일정등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1차 고비를 넘긴 만큼 새 각오로 수사에 임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은 그러나 수사기밀을 이유로 기업체 총수및 간부 소환조사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빈축을 사고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업체의 국내외적 신용도와 명예문제를 생각지 않을 수 없어 구체적인 대상자와 조사일정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주변에서는『노씨가 기업체를 특정하지 않은데 실망한 검찰이 굳이 기업체를 보호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비난이 일고있다.
○…헌정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소환조사로 긴장감이 감돌던 서초동 대검청사 주변은 노씨가 이날 새벽 귀가하고 3백여명이 넘던 보도진도 80여명으로 크게 줄자 썰렁한 분위기였다. 검찰도 노씨가 알맹이 없는 진술로 일관, 큰 소득은 없었지만 사법사상 처음 이뤄진 전직 대통령 소환조사가 별 탈없이 끝나자 한시름 놓는 모습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노씨를 2∼3차례 더 소환한다는 방침이어서 1일과 같은 모습은 몇차례 더 재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희동 주변◁
검찰에서 마라톤 신문을 받고 이날 새벽 귀가한 노씨는 극도의 긴장감과 피로때문에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 온종일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은 『노씨가 창백한 얼굴로 말을 전혀 하지않고 있다』며 『당분간 외부인사와의 접촉은 자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희동에는 이날 동서인 금진호(민자당)의원 부부등 측근들의 위로방문이 줄을 이었다. 노씨는 침상에 누운 채 금의원 부부를 맞이했으며 금의원이 『몸이 아파 입원하는 바람에 인사가 늦었다. 빨리 회복하셔야 할텐데…』라고 위로하자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이어 하오에는 안교덕 전민정수석, 서동권 전안기부장, 정구영 전검찰총장, 한영석 전법제처장등이 노씨를 위문했다.
○…노씨가 몸져 누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연희1동 주민들은 연민의 정을 나타내면서도 대부분 엄정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희1동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황모(57)씨는 『일국의 대통령으로 5천억씩 훔쳐놓고도 변명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사람에게 무슨 연민이 느껴지겠느냐』며 『당연히 구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희동측은 노씨가 저녁무렵부터 응접실에 나와 앉는등 검찰조사 후유증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하오 8시20분께 노씨 사저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최석립 전경호실장은 『노전대통령은 건강은 물론 심리상태도 좋은 편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하오7시께 귀가한 정구영 전검찰총장등 측근들이 기자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고생이 많다』고 말하는등 여유를 보여 노씨 신병처리문제에 대해 여권과 모종의 논의가 진척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이영섭·윤태형 기자>이영섭·윤태형>
◎검찰 1차소환후 연희동 기류/노씨측 “구속만은 피하자”/“정치적 수습모색” 여권과 물밑대화 시도/언론접촉 기피… 조기 2차소환설에 당황
노태우 전대통령측은 노씨의 1차소환조사가 끝나자 검찰의 향후 수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만은 피해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물론 측근들은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언론과의 접촉을 극구 꺼리는 모습이다. 자칫 자신들의 말이 잘못 전달될 경우 가뜩이나 등을 돌린 여론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판단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노씨진영으로선 무작정 검찰수사결과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처지이다. 때문에 정치적 수습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여권과의 물밑대화를 다각도로 시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핵심측근들이 여권핵심부를 겨냥, 『정치자금은 대리인을 통해 주고받을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대리인을 믿지못해 당사자들끼리 주고받을 때도 있다』고 은근히 흘리는 것도 14대 대선자금문제를 협상카드로 계속 활용하려는 속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측근들은 노씨 사법처리시기와 구속여부등을 탐색하기 위해 어느때보다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최근들어 한영석 전민정수석과 김유후 전사정수석등 율사출신 측근들이 검찰수사에 대응한 법률검토작업에 본격착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재 노씨진영이 기대하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검찰수사의 장기화와 불구속수사다. 검찰수사 관행상 1·2차 소환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많으면 통상 불구속수사쪽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이와관련, 『노전대통령이 언제 다시 소환될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검찰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그러나 전직대통령구속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사안의 성격상 최소한의 법적 절차는 밟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이 노씨에 대한 2차 소환시기를 대폭 앞당겨 빠르면 내주중 사법처리내용을 결정할 지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연희동측은 당황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내주중 다시 소환되는 것이 사실이라면 구속수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구여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노씨의 검찰출두이후 한층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현재로선 불구속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노씨측은 일차적으로 일단 구속을 피하는데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권핵심부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가며 노씨에게 관용을 베풀 가능성은 희박한 것같다.<장현규 기자>장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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